총 57건 가운데 45건 우크라戰 이후 발생
곡물 45%, 유지 30%, 비료 80% 가격 인상
“식량 공급망 구축해야”

러시아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곡물 창고.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곡물 창고.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수출 금지가 전염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최근 세계 식량 시장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최근 세계 각국의 식량 수출제한조치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 식품 업계와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일 ‘식량 수출제한 조치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세계 각국이 내린 식량·수출 제한 조치는 총 57건이다.

이 가운데 45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시행됐다.

주요 품목으로는 소맥(18건), 대두유(10건), 팜유(7건), 옥수수(6건) 순이다.

지난 9일 미국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인도·말레이시아·아르헨티나·가나·아프가니스탄·이란·카자흐스탄·파키스탄 등 20개국이 실질적으로 식량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 2위 밀 생산국 인도는 지난달 중순 밀 수출을 금지했고 이달 1일엔 설탕 수출도 제한한 바 있다.

인도는 해당 조치에 대해 “국내 시장의 소비와 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세계 팜유의 60%를 생산하는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 중순 팜유 수출을 규제했다가 지난달 23일 해제했지만 추가적인 규제를 단행하고 있다.

일정 물량을 자국 시장에 우선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미 팜유는 립스틱·치약·초콜릿·쿠키·라면 등의 필수 원료로 다양하게 소비돼 관련 업계에서 원부자재 가격 부담을 심화시킨 바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일 싱가포르로 가는 닭고기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터키는 3월 초중순부터 쇠고기, 양고기, 식용유 등 수출을 금지했다.

이 외에도 알제리와 모로코, 가나, 헝가리, 아제르바이잔 등 여러 나라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품 수출을 제한하는 국가 명단에 올랐다.

무협은 “현재 세계 식량 안보는 수출제한 조치로 2007~2008년 세계 식량 가격 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때보다 리스크가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량위기. [사진=연합뉴스]
식량위기.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주로 식량을 수입해 이를 가공·소비하는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국제 식량 공급망 교란에 따른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수입산 비중은 79.8%에 달한다.

주요 식량 소맥·옥수수·팜유·대두유의 국내 자급률은 0~1%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수출제한조치 시행국에서 수입하는 식량은 전체 수입량의 11.6%에 불과하다.

실제로 수출제한으로 인한 국제 가격 상승은 수입 가격 및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역협회가 주요국의 식량 및 비료 수출제한조치로 인한 가격 상승이 품목별 국내 물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수출 제한 이후 곡물, 유지, 비료 가격이 각각 45%, 30%, 80% 인상됐다.

이는 국내 사료(13.6%), 가공 식료품(6.1%), 육류 및 낙농품(6%)의 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곡물·식량작물(3.9%), 채소·과실(3.2%) 등 농산물도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나율 무협 연구원은 “식량 공급망 교란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와 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면서 “식량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선 관련 통계를 구축해 사전에 위헙 품목을 파악하고 수입대체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는 해외 농업개발을 확대해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힘써야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세계 식량위기에 대한 책임이 없으며 미국 등의 서방이 식량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최빈국의 기근에 대해 미국 행정부와 유럽 국가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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