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아비커스 자율운항 레저보트 시연회
임도형 대표 "하반기 美 시장 진출...자율운항 글로벌 리더 목표"

인천 중구 왕산마리나항에서 열린 아비커스 레저보트 자율운항 시연회 현장. 아비커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자율운항 선박 전문 스타트업으로, 2020년 12월 그룹의 사내 벤처 1호로 출범했다. [사진=아비커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테슬라에 탄 것처럼, 보트에 승선한 내내 핸들을 잡지 않고 온전히 휴양을 즐기는 시대가 올까?'

12일 오후 인천 중구 을왕동 왕산마리나항.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레저보트 시연회를 열고 영화에 나올법한 이 질문에 해답을 내놓았다.

인공지능 선장이 탑승한 이 보트는 출항부터 접안(배를 안벽이나 육지에 대는 행위)까지 스스로 장애물을 회피하고 최적의 경로를 찾으며 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레저보트 기술로 바다 위에서 여유를 누리고 싶은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이들의 안전 또한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한 데 이어 레저보트 시장까지 정조준하면서, '바다 위 테슬라'가 되겠다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선 모습이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레저보트 양측에는 주변 감지 상황을 알려주는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화면 속 다른 선박들을 감지해 스스로 경로를 바꿔 운항할 수 있다. [사진=뉴스퀘스트]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레저보트 양측에는 주변 감지 상황을 알려주는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화면 속 다른 선박들을 감지해 스스로 경로를 바꿔 운항할 수 있다. [사진=뉴스퀘스트]

◇ 내비게이션 찍고 속도 조정하면 '끝'

이날 시연회에 등장한 10인승 레저보트에는 아비커스의 2단계 자율운항 기술이 적용됐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 선박 시스템을 총 4단계로 분류한다. 2단계는 자율운항 시스템이 선박의 조타 명령을 제어하고, 선원이 승선해 원격제어를 하는 수준을 뜻한다.

이 보트는 아비커스가 개발한 항해보조시스템 나스 2.0이 탑재됐다. 카메라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날씨와 파도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한 뒤 실시간으로 선박에 조타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보트에 함께 탑승한 이준식 아비커스 자율운항 팀장이 태블릿에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자, 2.5km가량 소요되는 최적의 경로 안내가 화면에 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같은 방식이다.

이후 자율운항 시작 버튼을 누르자 선박은 인천 바다 한복판을 시원하게 가르기 시작했다. 운항 중 다른 선박이 다가오자 자동으로 경로를 조정하기도 했다.

출항 당시 속도는 평균 5노트(시속 9.26km)였는데, 태블릿에 표시된 '+' 버튼을 두 번 누르자 7노트까지 빨라졌다.

보트의 모습은 평범해 보였지만, 운항 내내 조종석 자리는 비어있었다. 대신 인공지능과 서라운드 카메라, 라이다(LiDA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이 빈자리를 채웠다.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태블릿에 원격 조종 화면을 켜고 게임기처럼 조이스틱을 움직이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접안 및 도킹 과정에서도 조종석의 개입은 없었다.

자동접안시스템인 '다스 2.0'가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선박의 주변 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구현해 자동제어를 지원한 덕이다. 보트는 측·후면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스스로 뱃머리를 돌려 빈 공간에 선체를 주차했다.

이 팀장은 "(자동차와 달리) 배는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주차하는 과정에서 마음대로 통제하기가 힘든 게 특징"이라며 "바람이 불면 배가 측면으로 밀리는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보트의 경우) 도킹 시에 사고가 제일 많이 난다"라며 "자율운항 기술은 안전사고 예방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운항 레저보트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운항 코스를 입력하고, 전자기기를 통해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위) 자율운항 중 조종석 자리가 비어있는 모습과, (아래) 시연 담당자가 핸들 조작 없이 태블릿을 활용해 게임기 컨트롤러처럼 선박 방향을 바꾸는 모습. [사진=아비커스·뉴스퀘스트]
자율운항 레저보트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운항 코스를 입력하고, 전자기기를 통해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위) 자율운항 중 조종석 자리가 비어있는 모습과, (아래) 시연 담당자가 핸들 조작 없이 태블릿을 활용해 게임기 컨트롤러처럼 선박 방향을 바꾸는 모습. [사진=아비커스·뉴스퀘스트]

◇ 미국 레저보트 시장 '도전장'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분야에서 레저보트를 기회의 시장으로 꼽으며, 하반기 미국에 진출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인천 왕산마리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레저보트는 1000만척 이상 돌아다니고 있다"며 "레저보트를 타는 이들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최신 기술에 대한 니즈가 상당히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레저보트의 50%는 미국이 점유하고 있고, 사실상 미국인 10명 중 1명은 레저보트를 타고 있다"며 "연말에 미국 최대 모터쇼에서 시연회를 열고, 하반기 미국 시장에 진출해 내년부터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대형 선박뿐만 아니라 레저보트에서도 자율운항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대형 선박 등 회사의 중단기 계획과 관련해 하이나스 2.0(자율운항 2단계)가 적용된 선박을 올 하반기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율운항 3단계의 경우 2030년 이후 상용화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선원이 승선하는 2단계와 달리 3단계는 최소 인원이 타거나 완전 무인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국내외 규제 장벽을 넘어 시스템이 정착하기 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해사법은 대형 선박을 운항할 경우 반드시 사람이 승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2일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가 인천 중구 왕산마리나에서 취재진을 만나 회사의 자율운항 기술과 향후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퀘스트]

한편 아비커스는 대형 선박부터 레저보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율운항 기술을 개발해 해양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아비커스는 2021년 3월 소형 선박용 인공지능 항해보조솔루션을 첫 수주했고, 같은 해 6월 12인승 크루즈 선박의 자율운항 시연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력이 있다.

당시 크루즈는 10km의 포항 운하를 40분 동안 사람 개입 없이 항해했다.

올해 6월에는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 대양횡단(미국 프리포트~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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