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일·대만 4개국 동맹으로 '중국 반도체 견제' 의도
中, 한국에 "상업적 자살행위" 노골적 반대 혹은 압력

[연합뉴스TV=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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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이른바 '칩4 동맹'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중·한 양국은 중요한 무역동반자”라는 메시지를 내며 한국의 칩4 동맹 참여에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22일 전순기 본지 베이징 통신원에 따르면 수줴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어떠한 협력 틀을 마련함에서도 포용성과 개방성을 유지해야지 타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한중 무역의 성장 배경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과 관련 "양국은 FTA를 순조롭게 진행하며 산업단지 공동건설 협력을 추진하는 등 안정적이고 원활한 산업망과 공급망 체계를 형성했다"며 "올해 초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양국의 경제 무역 협력에 더 넓은 공간을 제공했다"고 답했다.

또 "중한 무역은 비교적 빠른 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 경제가 비교적 강한 상호 보완성을 갖고 있고 양국 경제 무역 협력의 잠재력과 강인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조기에 상호 윈윈하는 협정에 도달하며 서비스 무역, 투자의 개방, 협력 수준을 한층 향상해 양국 경제 무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수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계속 협력을 추구해야 할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한국이 칩4 동맹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렇듯 중국이 한국의 칩4 동맹 참여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칩4 동맹에 참여하자니 우리나라 반도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반발이 뻔할 것이고, 중국의 요구대로 ‘No’를 외치자니 반도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칩4 동맹은 한국, 미국, 일본, 대만 4개국이 반도체 생산과 관련한 전 과정을 협력하자는 취지로 구성하는 네트워크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일본은 소재·장비, 한국과 대만은 생산 능력에서 각각 특화한 능력을 갖춰 이를 하나로 묶어 중국을 견제한다는 의도가 담겼다.

중국도 이같은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입장이 더 곤혹스럽다.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약 60%(홍콩 포함)를 수입하고 있다. 우리에겐 가장 큰 고객인 셈이다.

중국 못지 않게 미국도 우리에겐 중요한 거래국이다. 글로벌 고객사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 등 분야에서 의존도가 높다. 중국은 물론 미국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양쪽 다 포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칩4 동맹을 위한 반도체 공급망 실무회의를 열겠다고 통보했으며, 8월 말까지 참여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압력 아닌 압력’도 동시에 전한 상태다.

이와 관련 21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은 미국의 강압에 ‘노(No)’라고 말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한국 반도체에) 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미국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한미 기술동맹 강화하겠느냐’가 아닌 ‘미국의 지정학 정치의 광풍에 대한 희생을 감내할 것이냐’로 읽힌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지만 명확한 중국 입장이기도 하다.

중국의 시각은 한국이 칩4 동맹에 가입할 경우 중국과 거리두기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도 담겨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자체 반도체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방문했다.
지난 5월20일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방문했다.

우리 정부는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2026년까지 5년간 340조원을 투자하도록 유도해 반도체 초강대국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했다. 또 '반도체 아카데미'를 설립해 10년 간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양성한다는 국가적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시기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한 가운데로 등떠밀려 들어온 한국은 향후 어떠한 결정을 내리고, 어떤 스탠스를 취하더라도 간단치 않은 후폭풍을 겪어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는 칩4 동맹 참여를 놓고 ‘한미 간 포괄적 전략 동맹’과 ‘반도체 최대 시장’ 두 토끼를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경제적 득실만 따져도 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셈법을 더 복잡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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