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세액공제 조건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현대차 등 타격
한자연 "미국과 협력하되 중국과도 소통 강화...정부 역할 중요"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이 전기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전략 산업의 흐름을 중국이 아닌 자국으로 가져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키면서 국내 자동차 배터리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내 생산, 중국산 부품 사용 제한 등 우리 기업들이 당장 맞추기 어려운 조건들이 대거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18일 주식시장에서 우리 자동차 회사들의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미국과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하는데 있어 우리 입장이 보다 더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미국과의 협력 강화가 중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입지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국과도 소통에 만전을 기하는 양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8일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제정한 것이 미래차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며 국내 업계가 "양면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우호국과 전기차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해 자국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등 전기차 산업에서 대중국 경쟁우위 확보를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세계 최고의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과 포괄적 협력을 모색하고,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 지위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40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게 골자다.

법안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목표로 중고차·신차에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내용을 포함하며, 자동차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줬다.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미국 내 생산 및 조립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된 광물 등이 배터리에 쓰여야 한다.

전기차 공급망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중국산 배터리와 광물 의존도를 줄여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취지다.

사실상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주요 조건으로 떠오르자 국내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 등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당장 법안의 수혜를 입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차의 경우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완공 시점이 2025년이라 실제 생산에 돌입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한자연은 자동차기업 차원의 전략에서 그칠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 미래차 육성 정책을 보완하고 미중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이번을 계기로 광물 수입선을 다변화할 경우 원가 상승으로 인한 전기차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라, FTA 체결국이자 핵심 광물 생산국인 호주·캐나다 등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자연은 "미국 기업과 기술·자본·제판 협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미국 기업의 전략과 산업 동향을 분석해 세부적인 협력 전략을 공동 마련해야 한다"며 "동시에 미국과의 협력 강화가 중국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중국과의 소통과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료=연합뉴스]

한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현대차와 기아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소식에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현대차는 전거래일 대비 2.11% 떨어진 18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고, 기아 또한 2.54% 내린 7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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