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이중선‧주성우 연구팀, 조현병 환자 1년 치료 경과 발표
뇌에 전기 자극 가해 약물 단독 치료보다 효과 높여
앞으로 각종 정신 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도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중선 교수(사진 오른쪽)와 주성우 전문의(왼쪽)가 조현병 환자에게 전기경련요법 치료를 준비하는 모습. [사진=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중선 교수(사진 오른쪽)와 주성우 전문의(왼쪽)가 조현병 환자에게 전기경련요법 치료를 준비하는 모습. [사진=서울아산병원]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뇌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치료법을 ‘전기경련요법’이라고 부른다. 다만, 해당 치료법은 전기 자극에 대한 우려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가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보편적 인식과 달리 최근 국내 의료진이 조현병 치료에 전기경련요법을 사용할 경우 약물만 치료하는 것보다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중선 교수, 주성우 전문의는 전기경련요법으로 치료받은 조현병 환자의 1년 동안 치료 경과를 분석해보니 약물치료 중단 횟수와 입원치료 횟수가 각각 약 45%, 31%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때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리던 조현병은 사고, 감정, 감각, 행동 등 인격 전반에 걸쳐 변화가 생기는 정신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일차적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해 증상의 상당 부분을 호전시킬 수 있지만, 환자의 30~50%는 약물치료만으로 치료 효과가 부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환자의 머리에 전극을 부착해 전기를 흘려주어 20초 이상 인위적인 경련을 유발하는 전기경련요법에 주목했다.

전기경련요법은 일주일에 2~3회 간격으로 환자의 진단 및 치료 경과를 고려해 총 치료 횟수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취 상태에서 전기자극을 주기 때문에 통증은 없으며, 시술 후 근육통‧두통‧기억상실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마다 최적화된 전기자극 용량과 방법을 적용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해 최소 6회 이상 전기경련요법 치료를 받은 조현병 환자 380명의 1년 동안 치료 경과(약물치료 중단 횟수, 입원치료 횟수 등)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기경련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 그룹에서 약물치료 중단 횟수가 약 45% 감소했다. 입원치료 횟수도 약 31% 감소해 치료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중선 교수는 “조현병 환자가 임의로 약물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며 “따라서 약물치료 중단 횟수의 감소가 증세의 호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약물요법으로만 치료받은 조현병 환자 그룹과 비교해 봐도 전기경련요법의 치료 효과가 컸다고 전했다.

전기경련요법 그룹과 나이, 성별, 중증도 등을 유사하게 매칭한 약물단독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 그룹(1140명)의 치료 경과를 비교‧분석한 결과, 약물치료 중단 횟수는 약 13% 감소해 전기경련요법 그룹에 비해 감소 효과가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중선 교수(사진 왼쪽)와 주성우 전문의(오른쪽). [사진=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중선 교수(사진 왼쪽)와 주성우 전문의(오른쪽). [사진=서울아산병원]

 주성우 전문의는 “전기경련요법은 이름 자체에서의 부정적 인식과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꺼리는 경향이 많지만 대부분의 부작용은 하루 이내 호전을 보이며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1차적인 약물치료로 효과가 적을 경우 증상 호전을 위해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중선 교수는 “아직까지 국내 임상 현장에서 전기경련요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조현병뿐 아니라 우울증, 양극성 장애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을 대상으로 전기경련요법을 적극 시행해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정신질환과 치료’(Neuropsychiatric Disease and Treatment)에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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