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이언트 스텝에 우리 주식시장 출렁…원달러 환율도 금융위기 이후 1400원대 첫 돌파
미국 금리와 격차 줄이기 위해 한은도 빅스텝 가능성...당분간 경기 둔화 불가피할 듯
집값 하락에 가계대출 등 부실 위험 높아지면서 경고등 켜져

국민은행 딜링룸 장마감 모습. [사진=국민은행]
국민은행 딜링룸 장마감 모습. [사진=국민은행]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2020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제로(0) 금리’를 유지해오던 미국의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3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5차례 연속 인상했다.

특히 6월과 7월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거친 후 이달 21일(현지시간) 또다시 0.75%포인트 인상을 발표하면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세계 경제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미국 기준금리의 연이은 인상은 주요국들에게 심상치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 미국 기준금리 인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중순 최고점을 경신했던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환율은 금융위기가 불어 닥쳤던 2009년 3월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1400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주식, 부동산, 물가 등 우리나라 경제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강 건너 불 보듯’할 사안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22일 오전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의 영향 및 향후 정책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진행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국제 금융시장은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에 따른 주요국 통화긴축 가속화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모습”이라며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추경호 부총리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후 내놓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거론했다.

파월 의장은 “잭슨홀(8월 26일) 연설에서 발표한 주요 메시지는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며 “인플레이션을 2%로 내리기 위해 매우 단호한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년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가고, 올해 남은 2번의 회의에서 1.25%포인트까지 추가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경호 부총리는 “파월 의장이 현재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인플레에 대한 강한 대응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 무너져 내리는 코스피·코스닥 시장, 속 타는 개인 투자자들

미국이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이후 22일 코스피는 전날 종가보다 0.63%(14.90포인트) 하락한 2332.31에, 코스닥은 0.46%(3.48포인트) 떨어진 751.41에 마감했다.

오전장에는 1%에 가까울 정도로 낙폭이 컸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약 0.5% 하락한 상태로 장이 종료됐다.

문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증시가 버틸만한 체력이 되는가 여부다. 증시는 금리상승과 경기침체에 영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0.75%포인트와 1%포인트로 고민하다가 전자를 택했다면 시장의 오해를 막기 위해 매파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올해 남은 2번의 FOMC에서도 0.75%포인트와 0.5%포인트 인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실적 시즌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전환한 원인에 대해 경기 둔화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이를 잡기 위해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경로를 인정하는 셈”이라며 “역성장까지 이어지지는 않으나, 올해 성장률 하향폭이 상당하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하향 조정됐고, 실업률 전망은 상향 조정되면서 당분간 경기 둔화는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황수욱 연구원은 “주가의 추세 반등 조건인 통화정책 기조전환을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다만 올해 6월처럼 물가지표가 전고점을 재돌파하며, S&P500이 연저점을 하회하는 상황은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이 미국 서비스물가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주식 투자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서비스물가의 둔화가 확인되기 전까지 약 3~6개월 동안 실질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축소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이익전망 악화 등을 감안하면 비중을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환율…더 오를 수 있다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심지어 1400원대 초반을 넘어 14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 국내 금융시장을 떠나는 외국계 자금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달 중순 ‘세계 경제, 퍼펙트 스톰이 오는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정성 지속은 국내 인플레이션 심화와 세계 경제의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 물가 안정을 저해할 수 있으며, 부작용이 증폭된다면 글로벌 실물 경제 침체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국내 자금 이탈 현상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본수지 중 금융계정에서 자금이탈이 원화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부담 외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원·달러 환율 흐름과 관련해 가격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요인들에 대해 촘촘히 관리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연기금 등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흐름, 수출·수입업체들의 외화자금 수급애로 해소 등 외환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시장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부동산 시장 혼란 겪나

이번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차이가 역전됐다는 점이다.

3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인해 미국의 기준금리는 3%~3.25%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5%보다 높은 상태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되면 국내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폭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그동안 언급해온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뀐 상태라고 인정했다.

당초 한국은행은 미국 기준금리의 최종금리가 4% 수준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 발언으로 미뤄봤을 때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JP모건은 22일 관련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5%포인트 인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용 총재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까지는 아직 몇 주간 시간이 있으므로 위원들과 각종 전제조건과 외환시장 변화 흐름 등에 맞게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종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인상되게 되면 당장 부담을 느끼는 분야는 바로 부동산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내놓은 9월 금융안정 상황 자료를 보면 금리 인상으로 위험선호성향이 약화되면서 자산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한동안 빠르게 상승했던 주택 가격의 하방압력이 증대될 소지가 커지면서 부동산 거품 이 꺼지고,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한 가계 부담이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주택 매매와 전세 가격은 △주택가격 고평가 인식 △대출금리 오름세 등으로 가격 상승 기대가 약화되고, 매수심리가 위축돼 최근 하락세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주택매매 가격(전월대비) 추세를 보면 0.96%(2021년 8월), 0.01%(2022년 5월), -0.01%(6월), -0.08%(7월), -0.29%(8월)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주택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주택매매 거래량이 감소하고, 미분양물량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금리 상승에 따라 주택가격이 조정될 경우 가계·기업의 주택 관련 대출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가계취약차주 △과다차입자 △저소득·영세자영업자 △한계기업 등 취약 부문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자산가격 하락 충격 등의 영향을 받은 일부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이 떨어질 수도 있게 된다.

정부가 지난 21일 제3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수도권 일부를 포함해 세종을 제외한 모든 지방의 규제 지역을 해제한 배경도 이와 같은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한 측면이 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부동산 등 부실 위험이 높은 취약 부문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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