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美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 간담회
양향자, 기술패권이 국가 주권...기업 지원할 칩스법 통과 촉구...IRA 대응 전략도 제시

양향자 국회 반도체특위 위원장이 28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미국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기조로 국내 반도체·전기차·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패권경쟁에서 밀릴 경우 신(新)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기업 활동을 지원할 법안을 통과시키고 국가 차원의 발빠른 대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8일 양향자 국회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지금 세계는 과학기술 패권 전쟁 중이고, 패배는 곧 신식민지 전락을 의미한다"며 "과학기술이 외교이고, 국방이고, 안보인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최근 통과시킨 반도체 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목표가 첨단 기술을 내재화해 세계 산업의 패권을 쥐는 것이라며, 미중 전쟁을 넘어선 '한미 경쟁'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의 전략이 당장 중국만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미국이 해외 의존도를 줄여버리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도 꺾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국내 업계의 핵심 시장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 위원장이 공개한 글로벌 산업지형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년간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경쟁력을 바짝 따라잡거나 추월한 상태다.

일례로 반도체·전자 산업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2020년 대비 올해 기업가치를 보면, 미국 엔비디아(280조원→495조원)는 큰 폭으로 성장한 반면 삼성전자(349조원→331조원)로 주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우선주의'에 초점을 둔 법안을 통과시켰고, 주요 지역을 돌며 정책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에 양 위원장은 기술 패권에 국가 주권이 달려 있다며, 기업이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사령관'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계류 중인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K-칩스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으로 나뉘는데,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의 특화단지 조성 권한 부여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범위 확대 ▲첨단분야 대학 정원 확대 ▲첨단분야 세액공제 기간 및 비율 확대 ▲기업의 첨단분야 계약학과 운영비용 세액 공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정부 차원의 과학·기술·산업 컨트롤타워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 첨단 산업의 발전을 수호하고 기업들의 역할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도 제시했다.

이 법안은 미국에서 생산·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기 때문에, 현대차 등 한국산 차량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 위원장은 "법안은 한국과 미국 기업 및 제품 간 차별을 금지한 내국민대우(NT 조항)과 한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MFN) 조항 등을 위반한다"며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법안의 영향을 받는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를 통해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한국에 유리한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미 국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도 설득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28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반도체·인플레감축법 등 미국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 간담회 현장. (왼쪽 두번째부터 다섯번째까지)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석영 전 주제네바 대사, 양향자 국회 반도체특위 위원장,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 [사진=뉴스퀘스트]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국가 차원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경제안보팀장은 "미국은 경제안보를 위해 자체 역량 강화와 국제협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데, 올해 11월 중간선거 뿐만아니라 2024년 대선을 앞둔 내년 하반기까지 미국 내 자국 우선주의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서 "일례로 미국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장비의 경우 앞으로 대중국 견제가 강화될수록 美 장비기업들에 불리한 측면이 있는데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은 가만히 기다리기보다는 한미 정책 공조를 위한 대화와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우리 수출차에 대한 예외 인정 등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동시에 현지 공장 가동을 앞당기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고 배터리 및 관련 부품·소재·광물질 등의 공급망에서 우리 기업의 역할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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