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경기 재현설에 공포 확산
가계부채 위험구간 넘었음에도 韓 정부 “경제위기 재현 아냐”

뉴욕 증시 시황판. [사진=게티이미지뱅크·연합뉴스]
뉴욕 증시 시황판. [사진=게티이미지뱅크/연합뉴스]

【뉴스퀘스트=장예빈 인턴기자】 세계 경제 위기감이 극도로 고조된 상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과 미국의 통화 긴축,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는  내년 세계 무역 성장률이 1%대에서 그칠 것이며 경제 성장률 역시 종전 3.3%에서 2.3%로 하향 조정하면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개인과 기업등 경제주체들은 경제위기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으나 전문가의 의견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최근 미국 CNBC도 미국 내에서 2008~2009년 대불경기 때와 같은 상황이 초래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경제의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올해 0.2%, 내년 1.2%로 제로성장의 연착륙을 내다봤으나 연방주택금융기관 파니매는 올해 0%, 내년 마이너스 0.5%로 하락세를 예측했다.

이에 CNBC는 미국인들에게서 2008년 대 불경기 당시 겪었던 일자리 상실과 집값 폭락, 은퇴자금 증발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의 고용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조치로 인해 실업률이 3.7%에서 내년과 후년에 4.4%까지 올라가 120만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으로 에상됐다.

주택시장 역시 모기지 이자율이 1년만에 2배 이상으로 급등해 7%에 육박하면서 7개월 연속 주택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

미국 20대 도시(뉴욕, 로스엔젤레스, 시카고, 워싱턴, 마이애미 등) 중 12곳에서는 집값 하락이 시작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현재 7000만명의 은퇴자들과 미래의 은퇴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묻어 놓은 은퇴자금이 증시폭락에 따라 증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 은퇴연금으로 투자하는 다우존스 지수, S&P 500지수, 나스닥이 지난 1년간 뉴욕 증시에서 각각 13%, 14%, 23%로 폭락한 상황이다.

현재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부채는 역대 최초로 31조달러(약 4경3964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는 가운데 국가부채가 불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제기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선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자 전망 규모가 너무 크다”며 “앞으로의 금리는 알 수 없지만 1년 전에 생각한 것은 분명히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3500억달러(약 495조원), 올해 1조5000억달러(2123조원) 가까이 재정적자 규모를 줄였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 역시 “재정 위기에 전혀 근접하지 않았다”며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금리 기준 국가부채 부담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재러드 번스타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은 “국가 예산은 재정적으로 매우 잘 관리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일에 과잉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28일자 13년 6개월만에 144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8일 13년 6개월만에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도 이같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시기가 계속되면서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있어 불안정한 기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9월 26일 발표한 ‘중간경제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종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됨과 동시에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3.8%에서 3.9%로 상향조정됐다.

무역수지마저 6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가(EBSI) 84.4로 3분기(94.4)보다 더 악화되면서 수출 경기 회복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5일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진단한 국제통화기금(IMF)의 8개 위기징후지표 통한 경제 취약점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 전망치는 2.18%로 IMF 위기 기준선(-5% 미만)을 넘지는 않았으나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해석됐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부채도 심각했다. 한국은 IMF 위기징후지표 8개 평가 항목 가운데 물가, 정부부채, 민간부채 3개 부문에서 경고 단계에 진입하며 심각성이 나타났다.

한국의 최근 3개월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0%로 IMF 기준(5%)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를 기록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52.0%)과 민간부채(173.6%) 역시 동일한 상황이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매출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대기업 중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 역시 부채로 인한 피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간 갚아야 할 해외 빛 비율(단기외채비율)은 38.2%로 낮게 나타나 IMF 위험 기준선(100% 초과)에 미달하는 ‘합격점’을 받았으나 현재는 채무 상환 능력보다 한국이 얼마만큼 돈을 벌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책당국의 위기감 인식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의 경제정책은 통일성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정책 조합을 정교하게 짜면서 미국 등 기축통화국과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위기 불안감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달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현재 경제 상황이 IMF 외환위기와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IMF 외환위기 때는) 경상수지 적자가 수년간 누적되고 외환보유고도 바닥 수준이었다”며 “대외건전성 측면이나 실물 경제 상황도 지금과 판이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30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도 추 부총리는 “한국에서 경제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외부의 시각”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나타나는 단기적 움직임은 있으나 일정 기간이 되면 다시 정상적인 수준의 금리 조절이 일어날 것이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제위기의 도래에 있어서는 이견이 존재하나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결정은 통화정책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 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환율을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대출자들이 다 무너진다”며 “한은은 국내경제부터 생각해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역시 “지금의 환율은 내외금리차보다 경상수지 추이나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결정요인같다”며 “금리를 얼마나 올리느냐가 환율에 영향을 주지만 금리 인상 수준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과 내수에 주는 직접적 냉각 효과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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