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서 차담회...이재용·최태원·정의선·김동관 등 한달음
주력 사업 내세워 수주 기회 모색...정기선 "미래사업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후 7시 5분경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회동을 마치고 소공동 롯데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후 7시 5분경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회동을 마치고 소공동 롯데호텔을 나서고 있다. 이날 총수들은 회동 전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는 등 사우디 측의 요청에 따르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주요 그룹 총수들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경제 협력에 대한 광범위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우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에서 추가 수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차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도 참석했다.

차담회는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오후 7시 5분경 이재용 회장을 시작으로 총수들은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타고 속속 호텔을 빠져나갔다.

대부분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정기선 사장은 "오랫동안 여러 사업을 한 파트너인 만큼 앞으로도 미래 사업을 같이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계에 따르면 총수들은 이날 차담회에서 네옴시티 사업을 비롯해 각종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제적 통치자이자 세계 최고 부자라는 점에서 `Mr. Everything'으로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네옴시티는 초대형 신도시 건설 사업이자, 국가 장기 프로젝트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총 5000억달러(약 670조원)가 투입되며, 수주 기업을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빈 살만이 방한한 이유 중 하나가 한국 기업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위쪽)과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이 17일 오후 7시 10분경 소공동 롯데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보민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위쪽)과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이 17일 오후 7시 10분경 소공동 롯데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보민 기자]

재계에서는 총수들이 빈 살만 앞에 얼굴도장을 찍은 만큼, 이번 회동을 계기로 기업들이 어떤 기회를 추가적으로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을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경우 빈 살만 왕세자와 꾸준히 친분을 쌓아온 만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5G 무선통신 등 삼성의 핵심 역량을 강조하며 이번 만남에 공을 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경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통해 네옴시티의 '더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한 상태다.

삼성물산은 한국전력과 함께 사우디 국부펀드와 그린 수소 및 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약속했다. 예정 사업비는 65억달러(약 8조7000억원) 수준이다.

최태원 회장은 주력하고 있는 미래 에너지 분야에서 그룹의 역량을 소개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사우디는 석유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 경제 모델을 구상하며, 수소와 같은 친환경 미래 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미래항공모빌리티(AAM)와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협력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도 수소 기반 모빌리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태양광과 도심항공모빌리티(UMA), 방산 분야에서 빈 살만 왕세자의 관심을 끌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올 3월 사우디 국방부와 1조원에 달하는 방산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외 다른 참석 총수들 또한 각자 주력하고 있는 사업을 토대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

경제계에서는 총 20시간 밖에 되지 않지만 이번 방한이 큰 파급력을 낳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1970년대 한국경제의 도약을 이끈 '중동 붐'이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도 쏟아지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그룹 총수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을 뿐만 아니라, 양국 간의 대규모 경제 협력까지 이끄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이날 오전 '한-사우디 투자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 주요 기업과 사우디 정부 및 기업들은 총 26건의 계약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총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다.

한편 빈 살만 왕세자는 총수 회동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나, 다음 행선지인 일본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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