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소공동 호텔서 티타임...이재용·최태원·정의선 참석할 듯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 화두...도심항공 등 사업협력 논의 가능성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전용기를 타고 17일 0시 30분께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이자 실권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사진은 이날 한덕수 국모총리(사진 오른쪽)가 빈 살만 왕세자를 영접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전용기를 타고 17일 0시 30분께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이자 실권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사진은 이날 한덕수 국모총리(사진 오른쪽)가 빈 살만 왕세자를 영접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17일 오후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떤 논의가 오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 그룹의 주력 사업에서 협력안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17일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0시 30분께 전용기를 타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미스터 에브리씽'(모든 게 다 가능하다는 의미)이라고 불리는 그는 사우디를 넘어 전 세계에서 큰 손으로 여겨진다. 추정 재산은 2조달러, 한화로 2600조원이 넘는다.

재계에 따르면 이날 늦은 오후에는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나 티타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극비리에 진행되는 분위기다. 각 그룹 관계자들은 "외국 VIP 일정이라 공개된 게 없다"며 "회장 개인 일정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는 '무엇을 논의하느냐'다.

빈 살만 왕세자는 총 5000억달러(한화 약 670조원)를 들여 '네옴시티'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수주 기업을 물색하고 있는 만큼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의 경제에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자는 취지로 추진되는데,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초대형 신도시 사업이자 국가 장기 프로젝트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신도시 규모는 서울의 44배 면적에 달한다. 도시 인프라와 정보기술(IT), 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서 글로벌 수주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우선 빈 살만 왕세자와 친분을 쌓아온 이재용 회장이 네옴시티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5G 무선통신 등 주력 기술을 활용한 협력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둘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삼성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더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날로 예정된 재판에 출석해야 했지만, 이번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불출석 의견서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17일 새벽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로 진입하고 있다. '외국 VIP'의 방문인 만큼 호텔 앞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17일 새벽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로 진입하고 있다. '외국 VIP'의 방문인 만큼 호텔 앞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각 그룹이 주력하고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대화가 오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의선 회장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사업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최태원 회장은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 김동관 부회장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태양광 분야에서 투자를 논의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입국 뒤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에 투숙했고, 수행원들은 본관과 신관으로 분산했다. 왕세자 일행은 선발대까지 고려해 방한 전후로 2주간 이 호텔의 객실 400여개를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국내 주요 기업들과 사우디 정부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손을 잡기로 약속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투자부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사우디 투자 포럼'을 열고 총 26건의 계약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3건은 사우디가 투자한 기업(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 맺어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대주주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도 협력안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한국전력·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포스코·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와 그린 수소 및 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예정 사업비는 65억달러(약 8조70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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