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자연휴양림 하단지구.
신불산자연휴양림 하단지구.

【뉴스퀘스트=글·사진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가을이 익어가는 10월 20일 일요일 밀양 단장을 지나간다.

곳곳에 송전탑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위현장을 거쳐 가는데 경찰차들이 에워쌌다.

일방적인 정책과 타협 없는 극단적 대치의 현장이다.

사람주나무.
사람주나무.

대구에서 1시간 20분 정도 달려 배냇골 신불산자연휴양림 하단지구다.

야영장엔 벌써 나뭇잎이 붉게 물든다.

오리·상수리·서어·생강·굴피·노각나무…….

오전 9시 20분 신불·간월산 갈림길(파래소폭포 0.8킬로미터).

계곡의 바위길 파래소폭포 물소리 들으며 걷는데 잔돌에 미끄러지기 일쑤다. 

사람주나무는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가을을 빨리 보여주려 함인가?

아름다움은 숨겨도 저절로 드러난다.

그래서 여자나무라고 부른다. 

“……”

“잘 생긴 사람은 많이 보여줘야 돼. 그래서 자주 돌아다녀야 한다.”

“아주 별 핑계를 다 대는군.”

“……”

하얀 줄기가 살결처럼 희고 매끄러워서 여자나무라 부른다.

빨간 가막살나무 열매, 검정색 생강나무 열매는 씻은 듯 맑고 비목·때죽·굴참·상수리·노각나무…….

그중에 사람주나무가 제일 곱다.

이산의 동쪽 능선엔 억새 군락, 남서쪽으로 계곡과 군데군데 옹달샘들이 있어 온갖 나무들이 많이 자란다.

가을은 억새 길을 따라 스쳐간다. 

9시 50분 길옆에 굴참나무 고목이 우뚝 서서 일행을 반긴다.

상수리·굴참·사람주·개산초나무들 서로 섞여 자라고 계곡 물소리 귀를 간질인다.

대팻집나무 뾰족한 가시는 찌를 기세로 노려보는 듯.

10분 지나 갈림길(신불재0.7·영축산2·신불산자연휴양림2.3킬로미터), 임도 합류지점이다. 

대팻집나무는 키 큰 나무로 중부 이남, 일본·중국에도 자란다.

5~6월 꽃피고 9~10월 붉은 열매가 달린다.

잎은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짧은가지 한곳에서 모여난다.

대팻집 만드는 나무다.

감탕·꽝꽝·낙상홍·대팻집·호랑가시나무·먼나무들이 감탕나무 과(科)에 속하고 대팻집나무만 겨울철에 잎이 떨어진다.

일반적인 신불산 등산의 시작과 끝은 신불산자연휴양림 하단지구에서 비롯된다.

신불재·영축산 갈림길에서 신불산·간월산을 올랐다가 하산길은 파래소폭포를 거쳐 다시 하단지구로 원점회귀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비목나무 빨간 열매, 참회나무 검붉은 깍지열매, 난티·진달래·철쭉, 조릿대구간을 걸어 10시 반경, 신불재(간월재2.3·영축산2.2·신불산0.7킬로미터)에는 안개가 가렸다.

정상까지 15분 정도면 갈수 있는데 관광버스로 무더기 산행을 왔는지 놀러왔는지 왁자지껄, 노래 부르며 담배연기까지 뿜어댄다.

10시 40분 신불산 정상(1,159미터)에는 인산인해, 구름이 몰려다니는 곳에 앉아 커피 한잔. 꼭대기에 서니 산이 아니라 유원지 분위기다.

여름철에는 억새만 있는 민둥산이라 산꼭대기에 텐트 치고 야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쪽으로 바라보니 경부고속도로 달리는 차들이 장난감이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바쁜지 부지런하게 다닌다.

산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말 그대로 부처의 손바닥, 그래서 신불산이다.

신불산 오르는 길.
신불산 오르는 길.

신불산(神佛山)은 신과 부처가 있는 산이니 신령스런 산, 신성한 산이라는 것.

그래선지 산꼭대기 묘를 쓰면 역적이 난다고 한다.

신불산 등억온천 쪽 깊은 계곡을 오르면 절벽에서 떨어지는 30미터쯤 되는 폭포가 유명하다.

무지개가 서려 흐른대서 홍류(虹流)폭포라 부른다.

11시 5분 바위 능선길 걷는데 노린재·철쭉·진달래·신갈나무들은 바람에 시달린 탓인지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없다.

키 작은 소나무, 조릿대, 쇠물푸레·노각·신갈·미역줄·광대싸리·당단풍나무, 양지꽃…….

멀리 능동·재약산 능선으로 케이블카 건물, 길은 놔두고 나무계단을 참 많이도 깔았다.  

어느 겨울 신불산 동쪽에서 칼바위 공룡능선을 타고 매서운 눈바람 맞으며 올라왔을 때는 이처럼 인공구조물이 많이 놓이진 않았다.

설악산의 공룡능선보다 작지만 바위능선 길이 험해 사고가 잦다.

그 겨울 덕분에 등억온천의 따뜻한 욕조가 지금도 그립다.

온천욕은 북풍한설 몰아칠 때가 제격이다.

신불산에서 바라본 간월산, 중턱이 간월재.
신불산에서 바라본 간월산, 중턱이 간월재.

등억(登億) 이름이 재밌다.

등억은 오르다(登), 어귀(口), 덩어리, 높은 마을, 산 입구나 산 어귀 등으로 유추할 수 있다.

산 아래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에 국내 최대 규모(71ha) 온천단지가 있어 피로를 푸는 데 좋다.

1988년 개발을 시작했다.

30도의 알칼리성 물은 마실 수 있는 광천수(鑛泉水)로 피부염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월재, 꼭대기 신불산
간월재, 꼭대기 신불산

11시 반 간월재, 마실 것을 파는 휴게시설이 있는데 컵라면 냄새가 온 산을 뒤덮었다.

목재화석에서 잠깐 멈춘다.

간월재 목재화석은 중생대 무렵(1억년 전) 화산활동으로 나무가 오랫동안 퇴적물에 묻혀 목질조직이 화석으로 된 것이다.

철망을 둘렀는데 마지못해 놓아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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