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글·사진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사람도 죽으면 화석이 되나?”

“……”

“사람보다 닭, 플라스틱은 될 걸.”

“치킨을 많이 먹으니 그럴 수 있겠다.”

“……”

지질학적 시간의 흐름을 대(代)·기(紀)·세(世)로 나뉜다.

이를테면 중생대 쥐라기에 공룡이 멸종됐다는 식이다.

21세기 우리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를 지나 인류세(人類世)에 살고 있다. 

여섯 번째 대멸종 후 인류세의 화석은 닭뼈, 플라스틱(plastic)을 꼽는다.

오래전 바다거북이 장수의 상징이었다면 플라스틱은 불사의 존재다.

문명사적으로 석기시대·청동기시대·철기시대, 그리고 현대를 플라스틱시대라 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당구공의 재료로 비싸고 귀했던 코끼리 상아(象牙)를 대체할 물질을 찾다 만들었다.

열이나 압력으로 변형을 시킨 고분자 화합물.

간월산 정상 가는 길.
간월산 정상 가는 길.

간월산(看月山) 정상(1069미터)에 오르니 11시 45분.

달을 바라보기 좋은 곳, 옛날 산기슭에 간월사(澗月寺)라는 절집이 있어서 그렇게 불렸는데 한자 표기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사람들이 많아 그야말로 인산인해 길이 막혀 제대로 못 내려갈 지경이다.

잠시 옆으로 돌아들며 구슬붕이, 용담을 살피다 정오에 점심, 건너편 갈대에 비친 신불산 바라보며 한참 고개를 들고 있다.

산은 나의 눈을 고정시켜 놓았다.

10분 내려서면 다시 간월재, 임도 갈림길 따라 신불산자연휴양림 상단지구 쪽으로 간다.

모처럼 걷는 신작로 같은 길, 휘파람 따라 가을이 스쳐간다. 

비목나무 열매.
비목나무 열매.
누리장나무 열매.
누리장나무 열매.

오후 1시 길 옆으로 층층나무, 호랑버들, 비목나무 붉은 열매 이렇게 많이 달린 건 처음 봤다.

비목나무는 녹나무 과(科) 감태나무, 생강나무와 사촌이다.

봄철 노란 꽃이 피고 나무껍질이 얼룩덜룩 벗겨져 지저분하게 보이지만 재질이 단단하고 치밀해서 목재, 가구재로 썼다.

백목(白木)으로 부르는 낙엽활엽수, 중남부지역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노랫말 비목과 무관하다.

하관(下棺) 할 때 풍비(豊碑)로 썼던 튼튼한 막대기가 비목(碑木)이어서 이에 유래된 것으로 본다. 

딱총나무, 오래된 소나무, 누리장나무 열매도 자주·검은색이 적당히 어우러져 멋지다.

잎과 줄기에서 누린내가 나지만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훌륭하다.

오동나무 잎을 닮아 취오동(臭梧桐)이다.

봄철 어린잎을 나물로 먹으면 중풍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나무를 좋아하는 이들은 이곳으로 누리장나무 열매를 보러 와도 괜찮을 듯하다. 

신불산 상단자연휴양림.
신불산 상단자연휴양림.

산길에서 감탄하다 어느덧 오후 1시 45분 신불산 상단자연휴양림(간월재3.3·파래소폭포1·하단휴양림2.3킬로미터)에 닿는다.

황벽·박달나무를 뒤로하고 15분 정도 계곡을 내려서 전망대 갈림길 지나 오후 2시 10분 파래소폭포다(하단휴양림1.3킬로미터). 

기우제를 지내면 바라는 소원이 이뤄진다고 바래소, 파래소폭포라는데, 물빛이 파래서 그렇게 부른다고 생각한다.

물이 잘 마르지 않아 기우제를 지내는 곳으로 조금 더 올라 천주교박해 때 신자들이 숨던 죽림굴이 있다. 

신불산 갈림길(신불산4.7·파래소폭포0.8·상단휴양림2.3킬로미터), 내려서면 원점회귀 하단자연휴양림에 돌아오니 오후 2시 반경, 고기 굽는 냄새 산천에 진동한다.

웃통 벗고 마시며 라면 끓이고, 맑은 계곡물에 기름이 떠다니고, 버려진 쓰레기들…….

숲속에서 정화된 맑은 기분은 여기서 싹 가라앉았다. 

우리나라 국토의 63퍼센트가 산림이다.

등산은 한국의 국민스포츠라 불릴 정도로 가장 선호하는 취미활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산에 오르는 사람이 연간 1500만명 이상이다.

2004년 주5일제 근무, 2007년 국립공원입장료 폐지 등으로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이 많은 수요를 산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는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자연생태계를 망치고 있으니……. 

오죽하면 에드워드 윌슨은 ‘지구의 절반(Half Earth)’을 내버려 두는 대신 나머지 반에 인류를 격리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겠는가.

인간 이외의 다른 생물들을 위해 지구의 절반을 할애하자고 주장한다.

머잖아 자연을 망쳐 지구상에서 인류의 생명이 메말라 가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쯧쯧, 산에 오를 줄만 알았지 내려갈 줄 몰라.”

“산행문화는 후진국 수준이다.”

“……”

“산에서 흔적만 안 남기면 돼.”

“경범죄로 다 잡아들여.”

“법보다 자연을 보호하려는 윤리의식이 문제다.”

“……”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밀양호 지나 양산 원동 길을 놓쳤다.

결국 삼랑진 나들목까지 와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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