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에서 열린 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KT]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에서 열린 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KT]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0일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은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는 지침을 뜻한다.

민영화된 공기업이나 주요 금융지주 등 '주인 없는 회사'들의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윤 대통령이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바야흐로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가 화두로 떠올랐다.

포스코나 KT, 금융지주회사 등이 대상이다. 마침 KT,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시기와 겹쳐서 더 뜨겁다.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린다.

분산된 소수 주주의 소극적 의결권 행사 등으로 인해 부적격한 자가 CEO를 지속해서 연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과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 CEO가 성과와 상관없이 물러나는 현상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상충하고 있다.

30일 진행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에서도 논란은 그대로 드러났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소액 주주의 소극적인 의사결정권 행사로 인해 부적격한 CEO가 연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구현모 KT대표가 연임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버넌스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은 되풀이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형석 한국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장도 "소유분산기업의 대리인들이 사익을 추구하고 기업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주인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와 이익이 침해되고 기업지배구조 수준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치적인 목적으로 국민연금이 움직여서는 안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정권에 따라 CEO가 교체될 경우) 임기가 남았고 주가도 오르는데 왜 CEO가 물러나는지 묻는 해외투자자들에게 설명을 할 수 없다"며 "시장을 중시하는 관념을 가진 정부가 들어선 만큼, 임기 도중에 CEO가 관두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KT나 포스코는 현재 정부의 지분이 없는 상황이다. 영향을 미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의 경우 구현모 대표의 실적은 누가봐도 우수하다.

2020년 취임과 동시에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 선언을 통해 콘텐츠, 미디어 등 탈통신사업 주도해 왔는데, 취임 당시와 비교해 지난해 11월 말 주가가 90% 상승했다.

국민연금의 생각은 다르다. 국민연금 한 관계자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에서 "최근 횡령이나 비자금, 뇌물, 불완전 판매, 서비스장애 등의 부정행위에도 직위가 유지되며 연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CEO선임과정 및 후보 추천 과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비롯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를 선임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했다.

되돌아 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역대 KT 수장들의 수난사에 비춰보면 상당히 `점잖은' 편이다.

남중수 사장은 2005년 민영화 2기 대표로 선임됐지만 2007년 연임 결정 이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검찰수사를 통해 불명예 퇴진했고, 이석채 회장은 2009년 취임 후 2012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배임 등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으며 도중에 퇴진했다.

이태웅 기자
이태웅 기자

검찰 수사 대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이 자리잡은 셈인데, 한국의 자본주의가 심화하고 발전하는데 따른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차제에 주인없는 기업의 리더십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회사와 후보들에 관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된다면 소유분산 기업의 CEO는 어떤 사람이 좋을 지,  그 기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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