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첨단제품 중간재 수출 G20 중 1
미중 중심 공급망 이원화에 '진땀' 계속
상의, 차이나플러스 전략 제시...업계 "효과 미미할 수도"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첨단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신경전을 펼치면서, 공급망의 흐름이 두 국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공급망 참여율이 높은 한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수출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에 따르면 전기 및 광학기기 부문(컴퓨터·반도체·전기차 부품 포함)에서 한국의 전방참여율은 57%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다.

전방참여율은 국내 수출품이 상대국의 중간재로 사용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높은수록 수출을 통한 공급망 참여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첨단 산업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주요국들의 '공급망 싸움'에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첨단 산업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대한상의 SGI는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재편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IT 등 첨단 산업의 공급망이 장기적으로 이 두 나라 중심으로 이원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한국의 수출 구조가 국내 생산제품이 중국을 경로해 제3국으로 수출되는 '중국 중심'에 맞춰져 있어, 향후 공급망 재편 양상에 따라 수출 구조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중국은 일대일로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을 통해 자국에게 유리한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 그 사이에서 새우등이 터지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자체 생산을 확대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셈법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대한상의 SGI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한국의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이 둔화될 것이고, 중국의 자체 생산 확대 정책은 한국과 중국 기업 간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구조 전반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필요한 해법으로 '수출 다변화'를 꺼내들었다.

대한상의 SGI는 대체 시장을 찾는 것이 아닌 중국 외의 추가 수출시장을 발굴하는 '차이나 플러스'(China Plus) 전략이 필요하고, 첨단 IT 부문에서 공적 개발원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전과 달리 미중 신경전의 논리가 단순 경제를 넘어 기술·통상·외교·안보까지 얽히면서 대응 방법이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반도체 기업의 관계자는 "한국 경제는 중간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결국 미국과 중국이 거대 시장이기 때문에 수출 구조를 다변화한다고 해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기업의 한 관계자도 "미국과 중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된다면 앞으로 대응하기 더 까다로운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 구조를 바꾸는 것도 좋지만,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의 SGI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통상외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의 니즈를 수용하고, 정부의 통상 정책 방향을 공유할 수 있는 창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탈중국을 고려하는 기업에 대한 국내 유인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국내로 이전되면 동반 진출했던 협력사의 국내 복귀도 많아질 전망이라, 리쇼어링 혜택을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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