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조달 지원...제3국만큼 주는 '매칭 보조금' 도입
"넷제로 위한 조치"라지만 美IRA 의식...보조금 경쟁 심화

유럽연합(EU)은 역내 기업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제3국 수준의 보조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역내 기업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제3국 수준의 보조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역내 기업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조금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럽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제3국과 동일한 수준의 보조금을 주기로 한 것. 일각에서는 주요국들 사이에서 보조금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EU는 '국가 지원'이라는 제목의 공식 발표를 통해 2025년 말까지 보조금 지급 관련 규정을 완화하는 안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개한 '한시적 위기 프레임워크'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청정 기술 관련 기업이 유럽에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대상이다.

이날 발표안에서 주목을 받은 건 '매칭 보조금'(matching aid) 제도다.

이 제도는 EU 역내에서 다른 국가로 기업 투자가 빠져나갈 위험이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제3국에서 받을 수 있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보조금을 회원국이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조금 때문에 기업들이 다른 국가를 선호하는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EU는 "투자 전환 가능성이 있는 개별 회사에 더 높은 지원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매칭 보조금보다 해당 기업의 '펀딩 갭'(유럽경제지역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족한 자금)이 더 작을 경우, 회원국이 부족한 금액을 메워주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아울러 재생수소와 같이 개발 단계에 있는 기술에 대한 지원 조건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지원 한도를 상향하고 보조금 산정 방식을 단순화하는 조처도 이날부터 시행한다.

매칭 보조금 등을 포함한 이번 대책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월 공개한 '그린딜 산업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린딜 산업계획은 미국 IRA로 인한 친환경 산업 유출을 막고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를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매칭 보조금 등을 포함한 이번 대책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월 공개한 '그린딜 산업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린딜 산업계획은 미국 IRA로 인한 친환경 산업 유출을 막고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를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날 EU는 이번 대책의 목표가 '넷제로 경제 전환'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표안에서도 "유럽의 청정 기술 생산을 위한 투자와 자금 조달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IRA이 (기업들에게) 주는 유혹에 대항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법안 보조금을 통해 '바이 아메리카'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산업의 흐름을 뺏길 수 없는 EU가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EU는 북미산 전기차 등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 IRA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EU는 최근까지 미국에 미국산 제품에만 혜택을 주는 내용을 완화해달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분위기 속 보조금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핵심 기술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기업이 아닌 국가 간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조만간 신규 생산시설 신속 인허가 내용을 담은 탄소중립산업법과 핵심원자재법 초안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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