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자, 전날 이사회에 사의 뜻 밝혀
주총전까지 재선임 방안, 물리적 시간 부족
KT 약관에 따른 비상경영체제 전환 전망

윤경림 KT 차개 대표이사 후보자가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자. [사진=KT]
윤경림 KT 차개 대표이사 후보자가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자. [사진=KT]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KT가 ‘대표 공백’이라는 위기에 내몰렸다.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로 최종 확정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전날 이사들과의 조찬자리에서 KT 대표이사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더 버티면 KT가 망가질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자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된지 15일만이다.

이와 관련해 KT 홍보실 관계자는 이사회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며 “내부에서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이사회가 윤 후보자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KT는 오는 4월 ‘대표 공백’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우선 그동안 국민연금과 여당 등 정치권에서 대표이사 후보자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해왔던 만큼, 당장 내부 인사로 대체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군(숏리스트) 4인이 KT 전·현직 임원으로 구성됐을 때에도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그들만의 리그”, “이익 카르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KT를 압박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해 처음부터 다시 공개경선 방식으로 후보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앞서 KT는 공개경선 방식과 면접 심사 등을 통해 윤 후보자를 최종 후보로 확정하기까지 약 25일이 걸렸다.

결국 남은 것은 이사회이지만 이사회도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사내이사인 구현모 현 대표이사와 윤 후보자는 3월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친다.

나머지 6명의 사외이사 가운데서도 강충구 의장을 비롯해 표현명 이사, 여은정 이사 등 3인의 임기도 3월 말로 끝이 난다.

이들 3인의 사외이사에 대한 재선임과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송경민 KT SAT 대표이사의 신규 선임이 주주총회 안건에 상정되어 있다.

하지만, KT 안팎으로 이사회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성토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사회의 재선임 및 신규 선임 안건이 통과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이 경우 KT 경영진에는 최소 사외이사 3인만이 남게 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확인된 후 윤 후보자가 사의를 밝힌 것으로 공식화되더라도 완전한 경영 공백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관에 따라 비상 경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KT 정관을 보면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의 유고시에는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으로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신규 사내이사 선임안건이 통과되지 않는 최악의 경우, 비등기 임원이 임시로 KT를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경우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 박종욱 안전보건총괄 경영기획부문장(사장) 등 가운데서 1인이 임시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임시방편에 불과하기 때문에 KT의 구체적인 올해 사업방향 등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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