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향후 상당한 긍정적 효과 기대” 자평
美 SVB 파산 “우리 금융시장 전반적 안정 유지” 강조
韓 금융불안지수 ‘위기’ 지속…"총선 의식한 포퓰리즘"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기관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한·미 기준금리 격차 변동, 한·일 정상회담 결과 등 주요 사안들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정부의 판단과 달리 경기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비판적인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기관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한·미 기준금리 격차 변동, 한·일 정상회담 결과 등 주요 사안들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정부의 판단과 달리 경기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비판적인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전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꺾이고 있는 모양새다.

무역적자를 비롯해 각종 국내 주요 경제지표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지만 정부는 ‘민심 다독이기’에 나서고 있을 뿐이다. 정작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민심 다둑이기가 내년 총선을 앞둔 포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일 각종 회의와 간담회를 열고, 국내외 경제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기관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한·미 기준금리 격차 변동, 한·일 정상회담 결과 등 주요 사안들이 국내에 미치는 여파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심각성과 달리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국내 경제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발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더 벌어졌지만, 정부당국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SVB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은 미국 정책당국의 예금자 보호 및 유동성 지원 조치, UBS 은행의 크레딧스위스 은행 인수 등 각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진정되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당시 추 부총리는 “주식시장은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SVB 사태 이전인 2400 초반대 수준을 회복했고, 외환시장도 변동성이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금융시장 안정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한 국내 투자(익스포저)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뿐만 아니라 우리 금융회사들의 양호한 건전성과 유동성 상황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중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도 긍정 일색이다. 

미·중 갈등 심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다양한 환경 변화 속에서 악화된 한·일 관계는 우리경제 대외 불확실성의 또 다른 요인이었는데 이번 회담을 통해 이러한 문제가 해소됐다는 게 정부 측 주장이다.

추 부총리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으로 양국관계 회복의 계기가 마련된 만큼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수출규제 해제로 인한 반도체 등 핵심품목 공급망 회복, 양국의 첨단 분야 협력 시너지까지 감안하면 경제적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정부 측 입장과 달리 ▲주요국의 통화 긴축 ▲무역수지 적자 ▲부동산 부진 ▲신용 위험 등으로 한국 금융불안지수(FSI)는 5개월째 ‘위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금융불안지수는 지난 2월 21.8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0월(23.5) ‘위기’ 단계(22 이상)에 진입한 후 5개월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인구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경제 주체의 신용 위험, 무역수지 적자 등 대외 부문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관세청이 발표한 3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을 보면 309억 45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4% 감소했다.

특히 무역수지의 경우 작년 3월부터 1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1년 이상 무역적자가 이어진 것은 지난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누적된 무역적자 규모는 이미 작년의 절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출입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올해 1분기의 수출 부진 흐름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연간 수출이 8∼9% 감소하고, 무역적자는 최대 410억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대표 수출 상품인 ‘반도체’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5% 밑으로 하락하는 등 수출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경제지표가 없는 상황인데 유독 정부기관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내년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위기 상황이 단기간에 극복될 것으로 보는 투자 전문가는 극히 적을 것”이라며 “경기불황의 장기화에 따른 대책과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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