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인위적인 감산 없다' 입장 고수
더 어려워진 업황...이달 말 콘콜서 입장 바꿀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버티기냐 감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수조원대 적자까지 예상되면서, 기존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감산 관련 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반도체 업황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감산을 해야 한다는 입장과,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 상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선택을 내릴 시간이 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7일 1분기 잠정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개한 뒤 이달 말 확정 실적을 발표하는데, 이때 진행되는 콘퍼런스 콜에서 감산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시설 투자(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삼성 또한 경쟁사처럼 감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깼다.

다만 '자연적 감산'이 있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설비 재배치와 생산라인 최적화, 미세공정 전환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감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반도체 업황이 지난해보다 더 나빠졌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 수요가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제품 가격까지 고꾸라지면서 "올 상반기가 '정점' 수준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22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운영하는 DS부문의 재고가 29조576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16조4551억원)보다 곳간이 76.6% 불어난 셈이다.

증권사들도 올 1분기 삼성전자가 전년 동기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DS부문의 경우 1분기에 최대 4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 출하량이 늘고 재고 수준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2월 임직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업계 전반적으로 투자 축소 움직임이 있지만, 삼성은 미래를 위해 투자를 축소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메모리사업 분야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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