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 진출 당시 '정부 특혜' 시비에 사업권 반납
시가보다 비싸게 한국이동통신 인수하며 논란 일축
실력으로 역량 입증..최종현 "회사가 아닌 미래를 산 것"

SK텔레콤은 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3에 참가해 인공지능(AI), 도심항공모빌리티(UAM), 6G 등 ICT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SK텔레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SK그룹이 창립 70주년을 앞둔 가운데, 재계 서열 2위로 성장하기까지 역대 회장들이 거쳐온 역사가 또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룹의 성장을 이끈 대표적인 계열사는 SK텔레콤이다.

1994년 최종현 선대회장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탄생한 SK텔레콤은 지난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반도체를 포함한 ICT 종합기업으로 도약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경우 지난해 2월 SK텔레콤의 무보수 미등기 회장으로 보임하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자신이 쌓아온 인사이트를 경영진에게 공유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그룹의 중추 기업으로 거듭나기까지 다양한 성장통이 있었다. 실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들이 회사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셈이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은 이동통신사업 진출 당시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오해를 입었지만, 그동안 쌓아온 실력으로 정면돌파해 한국의 대표 통신기업으로 거듭났다.

SK텔레콤의 모태는 1984년 선경 미주경영기획실에 신설된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이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0년 '유공' 인수 이후 중장기 경영목표로 정보통신사업 진출을 꼽았다. 이후 이를 연구하고 준비할 조직으로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당시 정보통신 강국으로 불리던 미국에 현지법인 '유크로닉스'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경험하며 정보통신 사업 진출을 준비했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선경텔레콤'(대한텔레콤으로 사명 변경)을 설립했다.

이때 1992년 4월 체신부가 제2이동통신 민간사업자 선정 계획을 발표했다. 선경은 사업자 경쟁에 참여했고, 포항제철·코오롱·쌍용 등 6개 컨소시엄이 경쟁을 펼쳤다.

심사 결과 선경은 1만점 중 8388점을 얻으며 그 해 8월 사업자로 선정됐다. 2위 포항제철(7496)과 3위 코오롱(7099)과 격차를 크게 벌린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자당 김영삼 대표가 "현직 대통령(노태우)의 사돈 기업에게 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특혜"라고 비판하며 '특혜설'이 불거졌다.

이에 최종현 선대회장은 "특혜 시비를 받아가며 사업을 할 수 없다"라며 "오해 우려가 없는 차기 정권에서 실력으로 승부해 정당성을 인정 받겠다"라고 말했다. 사업자 선정 일주일 만에 사업권도 반납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재추진됐지만, 선경은 이 때도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사업자 선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는 1993년 12월 제1이동통신사업자(한국이동통신) 민영화와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동시 추진했는데, 전국경제인연합회이 주도해 제2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종현 선대회장은 정부 발표에 앞서 1993년 2월 전경련 회장에 오른 상태였다. 

때문에 최종현 선대회장은 공정성 시비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고려해 불참을 선언했다. 대신 막대한 인수자금이 필요한 한국이동통신 공개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단했다.

1994년 표문수 SK텔레콤 전 대표(가운데)가 한국이동통신 주식 매입을 위한 입찰서를 제출하는 모습. [사진=SK]
1994년 표문수 SK텔레콤 전 대표(가운데)가 한국이동통신 주식 매입을 위한 입찰서를 제출하는 모습. [사진=SK]

민영화 발표 전 8만원 대였던 한국이동통신 주가는 30만원까지 수직 상승했고, 선경은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시가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인 주당 33만5000원에 인수했다.

재계에 따르면 당시 선경 내부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다만 최종현 선대회장은 "이렇게 비싸게 사야 나중에 특혜 시비가 일지 않는다"라며 "회사 가치는 앞으로 키워가면 된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회사가 아닌 미래를 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선경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직후 기술 고도화에 매진했다. 그 결과 1996년 1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디지털 이동전화를 상용화해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한편 SK그룹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최종건 창립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담은 어록집을 발간했다. 어록집은 비매품이며, 대학·국공립도서관과 SK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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