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독일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이 7조원 이상을 투자해 제조공장을 세운다.

미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이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또한 '지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표한 것. 해외 공급망 의존을 줄이기 위한 유럽의 행보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인피니언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신규 반도체공장인 '스마트 파워 팹'(Smart Power Fab) 착공식을 열었다.

이 공장에 투입되는 금액은 50억유로(약 7조3000억원). 회사 역대 최대 규모의 공장이자, 드레스덴에 짓는 네 번째 반도체 거점이다.

공장은 2026년부터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입되는 반도체를 생산한다. 인피니언은 "새 공장이 들어설 부지에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약 1000여개의 우수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인피니언 공장 착공식이 시사하는 의미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아시아 반도체 의존을 줄이기 위해 역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데 430억유로(약 63조4000억원)을 지원하는 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한 상태다. 세계 반도체 전쟁에 EU도 출사표를 내민 셈이다.

인피니언의 공장은 EU 반도체법의 수혜를 입는다. 이 공장에는 10억유로(약 1조4700억원)가 지원될 전망이다.

이날 착공식에는 인피니언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다.

인피니언의 이번 행보가 유럽에게 있어 단순 '공장 짓기'가 아닌, '반도체 흐름 쥐기'를 의미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인피니언이 드레스덴의 반도체 제조에 막대한 투자를 결정한 것을 유럽에 희소식"이라며 "마이크로 칩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빠르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유럽에서 더 많은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 집행위원회와 회원국은 유럽 반도체법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430억유로를 동원해 디지털 영역에서 더 강력하고 탄력적인 유럽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 또한 "반도체는 모든 전반적인 전환 기술의 토대"라고 평가하며 "핵심 과제인 기후중립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우리는 아주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반도체 3개 중 1개는 드레스덴에서 생산되고 있다"라며 "이곳은 독일의 미래"라고 표했다.

한편 유럽까지 반도체 전쟁에 뛰어들면서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자국으로 가져오는 '블록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반도체법을 통해 2030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9%에서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