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강조 기조에도 시장서는 뒷전
고팍스, 바이낸스 피인수...외국 거래소 인수 첫 사례 아냐
등기임원 변경신고 수리 지연에 심사기간 오락가락 비판
업계 “이용자 보호 최우선해야...전향적 결단 필요” 성토

고팍스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등기임원 변경신고서의 수리 일정이 지연되면서 고파이 이용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바이낸스 거래소 대표 자오창펑. [사진=연합뉴스]
고팍스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등기임원 변경신고서의 수리 일정이 지연되면서 고파이 이용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바이낸스 거래소 대표 자오창펑.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정부가 최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의결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에 대한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해당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법 조항이 이용자 보호에 해당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작 이용자 보호 규제 법안이 '규제를 위한 규제' 명분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는 최근 등기임원 변경 신고수리 결과가 지연되고 있는 고팍스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시작됐다.

FTX와 연관된 미 자산운용사 제네시스글로벌캐피탈도 결국 파산하게 됐는데, 제네시스글로벌캐피탈의 상품을 중개해서 제공하고 있던 고팍스의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 불똥이 튄 것이다.

이에 고팍스는 고파이와 관련해 고객에게 인출해줘야 할 약 566억원을 바이낸스로부터 투자받았다.

동시에 고팍스는 금융당국에 레온 싱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새 대표이사로, 스티브 영 김 바이낸스 한국사업담당 이사와 지유자오 바이낸스 산업회복기금 이사가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고 신고했다.

해당 신고가 수리될 경우 고팍스는 고객 예치금을 일괄 지급할 예정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FTX 파산 당시 이용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거래소에 주문하는 등 이용자 보호를 강조했기 때문에 고팍스의 신고가 수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부터 누적된 고파이 투자자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신고 수리를 미룰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융당국은 고팍스에 추가 자료를 요청하며 신고 수리 여부를 예상일보다 미룬 상태다.

고팍스와 바이낸스의 상황이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추가 자료 요청이 시장에 보내는 일종의 규제 경고라는 반응이 나온다.

자금세탁방지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엄격하게 관리·감독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 같은 행보가 기존 투자자로부터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규제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앞서 외국계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은 지난해 8월 8일 국내 거래소 오케이비트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16일 최고재무책임자인 라파엘드마르코이멜로가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변경수리까지 완료한 점을 고려할 때 고팍스의 사례와 달리 행정절차가 수월하게 진행된 것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고팍스가 제출한 변경신고서는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떤 부분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지, 과거 변경신고 사례와 달리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바이낸스가 미국에서 자금세탁과 관련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받고 있다.

물론 두 해외 거래소가 상장 코인 수나 거래량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금세탁에 대한 당국의 우려는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제도적 절차에 맞게 변경신고서를 제출했음에도 명확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의문부호가 생기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규제는 결국 기존 시장 참여자를 떠나게 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이용자 유입도 막는다”며 “이는 시장 자체를 죽이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거래소 사업자들은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이용자 보호를 위해 직접 행동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아직까지도 이용자 보호의 책임을 사업자에게 미루는 것을 넘어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파이 이용자는 물론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의 전향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말뿐인 이용자 보호는 결국 이용자의 신뢰를 떨어트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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