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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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강연을 하러 다니다 보면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보통 실험이 소규모로 진행되는데 이 결과를 실제 큰 단위의 돈이 걸린 선택 시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냐는 것이다.

사실, 행동경제학에서 나오는 실험이 그대로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문들이 있다.

괴짜 경제학으로 널리 알려진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은 2007년 실험실에서의 연구결과가 현장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 연구를 한 바 있는데, (steven D. Levitt, Viewpoint: On the Generalizability of Lab Behaviour to the Field) 이 연구에서는 실험실 결과의 ‘규모’와 현장에서 나타나는 결과의 ‘규모’에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실험의 결과가 유의미하다는 점은 실험에 의해 우리가 세운 가설이 검증되었다는 의미이지 똑같은 결과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내 대답도 ‘현실에서 적용되는 경우도 있고,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까 인간의 오류에 대해 경계를 하자는 시사점으로 생각하자’고 한다.

행동경제학에서 닻내림효과나 휴리스틱에 대해 증명하고 이를 일반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그럴듯하게 들린다.

아무래도 주어진 상황과 질문들이 직간접적인 보상과는 덜 연결되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경제적 보상과 관련된 질문이라면 우리는 과연 실험했던 결과처럼 그렇게 행동할까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미래의 보상이 주는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지연 할인 (Delay discounting)에 대해서는 말이다.

우리가 지연할인 현상에 대해서는 흔히 하는 실험이 있다. 지금 당장 받는 돈과 앞으로 받을 돈을 비교하는 실험이다.

우선 지금 100만원 받을지 앞으로 3개월 후에 100만원 받을지 묻는 내용부터 시작하자.

질문을 받은 누구나 지금 당장 100만원을 받는다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100만원 받을지 3개월 후에 120만원 받을지를 물어보면 답이 다양하게 나온다.

3개월을 기다렸다가 120만원 받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금 100만원을 받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3개월 후에 20만원 즉, 20% 이자가 붙는다는 것은 연이율로 80%를 의미한다.

은행의 정기예금이 5%만 되어도 시중 현금이 몰리는 판인데, 사채에 못지 않은 엄청난 이자를 거부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선택이 된다.

이번에는 시점을 달리해 보자.

지금 100만원을 받는 것과 한달 후에 110만원을 받는 것 중 선택하라고 하면 전자에 대한 답이 높게 나온다.

그런데, 1년 후인 12개월 후에 100만원을 받는 것과 13개월 후에 110만원을 받는 것을 택하라고 한다면 후자에 대한 답이 높게 나오는데 이는 주어진 시점에 따라 선호가 역전됨을 의미한다.

정리해 보면 인간은 합리적이므로 미래에 대한 가치를 항상 정확하게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미래에 대한 가치를 당장의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시점과 상관없이 항상 선호는 일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점을 달리할 때, 선호가 바뀌는 경향을 보인다.

앞에서 말했듯이 실험은 그 자체로 ‘인간이 미래와 현재의 가치를 정확히 비교하고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함의를 전달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밝히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마시멜로 실험에서와 같이 ‘자제력 부족’을 그 원인으로 찾기도 하고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원인으로 찾을 수도 있으며 ‘막연한 거리감’ 때문에 미래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밝혀 내고자 하는 다양한 실험이 행해지고는 있지만 과연 현실에서 거액의 돈이 오고갈때도 우리는 미래에 대해 낮게 평가할까라는 의문은 계속 남게 된다.

우리가 상황을 만들어보자.

내가 지금 은행에 가서 창구 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자.

창구 직원에 따르면 지금 돈을 수령하면 1억원을 받을 수 있지만, 지금 수령하지 않고 6개월 후에 수령하면 1억 10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온갖 생각이 다 들게 된다.

내가 지금 1억원을 수령해서 급하게 쓸 데가 있는지, 쓸데가 있더라도 내가 벌어들이고 있는 수입 내에서 감당할 수 있는지, 현재 이 은행에서 제공하거나 혹은 다른 시중은행에서 제공하는 금리는 어느 수준인지 등등 한꺼번에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바로 맥락이다.

은행이라는 장소, 내가 현재 처한 주변 환경, 나의 수입, 시중금리와 같은 각종 정보에 접할 수 있는 스마트폰 등 나를 둘러싼 맥락들은 너무나 많은 다양한 요소들로 결합되어 있다.

아마도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6개월 후 1억 1000만원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추측이다)

결국, 실험실의 결과들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맥락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험실 결과들을 온전히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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