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대지진 때 폭발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도쿄전력후쿠시마제1원자력발전소. 2016년 3월 촬영한 모습으로 단계적 폐로 작업이 진행중이다.
2011년 대지진 때 폭발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도쿄전력후쿠시마제1원자력발전소. 2016년 3월 촬영한 모습으로 단계적 폐로 작업이 진행중이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일본 측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관련된 해저터널 공사가 6월말까지 완료된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계획대로 라면 7월초 오염수 방출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다음 주 정도에 시찰단을 파견한다고 하였으니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이제는 눈앞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크나큰 파장이 예상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응 혹은 해결책에 대해서는 매우 지지부진한 느낌이다.

우리는 관련한 소식들을 정부에게서 듣고 시민단체에서도 들으며, 한국을 방문한 과학자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얘기들은 언론이라는 창구를 거쳐야만 한다.

즉, 우리는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과학자들의 얘기를 골고루 들어야만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이 얘기는 언론에 의해 걸러진다는 얘기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의 안전 문제는 나의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거론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전하는 언론의 편향과 과학자의 태도는 내가 거론할 바가 맞다고 생각이 든다.

우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치는 기사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언론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가 될 만한 점을 몇 가지로 분류해서 전달해야 한다.

오염수 방류 전 안전장치의 문제점, 절차의 투명성, 안전장치가 제대로 가동되고 방류되었다는 가정 하에 안전수가 끼치는 생태계 영향 문제, 그리고 이를 위한 관리 감독의 엄격성 등 전체 문제를 해부하여 몇 가지 세부 문제로 정의하고 각각에 대한 현재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러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간 보도는 본 적이 없다.

둘째, 언론은 언론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기사의 방향성은 있을지언정 적어도 이에 지지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균형감 있게 정보를 전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보도 역시 본 적이 없다.

예를 들면 현재 정부가 초청하여 안전 문제에 대해 호언장담하고 다니는 웨이드엘리슨 박사 (자기는 바로 오염수 1L를 원샷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니는 옥스퍼드 대학의 명예교수인 물리학자)와 그린피스의 회의에 참여하는 티머시 무쏘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생물학 교수이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방사능에 노출된 생물들의 DNA 영향 연구)는 현재 안전여부에 대해 서로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대표적인 과학자이다.

그러나 구글에서 두 사람을 함께 거론한 기사를 찾아보니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매우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무엇을 의미하는가? 안전하다와 안전하지 않다는 반대의 의견을 모두 소개해주는 균형잡힌 기사는 누구도 취재하지도, 쓰지도 않았다는 얘기이다.

셋째, 이 문제에 대해서 언론이 해야 하는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문제 역시 누구도 다루지 않았다.

국민에게는 안전의 문제이지만 이 부분은 우리나라 정부정책의 방향이기도 하거니와 국제역학 관계 내에서의 외교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 정부에서 추구하고 있는 친원전정책과도 연결되며 이는 관련 산업과 기업과도 깊은 연관이 있을뿐더러 일본과의 관계 진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정책의 일환 중 하나이다.

따라서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이며, 매우 어렵지만 이에 따른 득실 또한 누군가 명확하게 짚어봐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언론이 해야 할 기능이자 의무이다.

앞서 말한 첫째와 두 번째 내용의 보도가 없었는데 세 번째 관점에서의 보도 또한 당연히 없다.

하나 더, 언론 뿐만 아니라 과학자의 사고방식과 태도 또한 문제로 삼고 싶다. 물론 애덤 그랜트는 ‘싱크어게인 (Think again)’이라는 책에서 과학자 같은 자세야말로 우리가 지향하는 자세라고 얘기하면서 가장 활발하게 열려 있고 자기 생각을 바꿀 줄 아는 ‘과학자 모드’를 우리는 따라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칼벅스트롬과 제빈 웨스트가 지은 ‘똑똑하게 생존하기 (원제는 Calling bullshit: The Art of Skepticism in a Data-Driven World, 내용을 고려하면 ’데이터 기반 세상에서 써먹어야 하는 회의주의의 기술‘ 정도로 번역하면 적절할 듯하다)’라는 책에서는 과학자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불신을 과학자에게도 보낸다.

과학자들이 호기심이 매우 강한 사람들이지만, 돈을 벌고 동료들보다 높은 지위를 얻으려고 노력함으로써 진리와 인정, 유명세 등을 모두 추구하는 욕심 있는 인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과를 부풀리거나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해서는 이런 과학자들의 주장이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서로 반대의 측면에서 두 해외 석학이 주장을 펼치고 우리나라의 교수들이 그 뒤를 떠받치는 모양새이다.

오염수 방류가 문제없다는 측에서는 웨이드 엘리슨 물리학 교수가 나서서 “ALPS를 거친 오염수라면 바로 마셔도 자연적 수준의 80%까지 밖에 방사선 수치가 올라가지 않을 것이고 이란이나 인도 방문 시 노출되는 방사선량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며 안전하다고 강조하며 이에 대해 몇몇 한국의 유명 교수들도 위험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는 주장을 한다.

한편, 오염수 방류에 대해 문제가 많다는 측에서는 티모시 무쏘 생물학 교수가 나서서 삼중수소에 대한 수많은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실제로는 ‘생태계에 누적되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이 역시 한국의 몇몇 교수들이 그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과학자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고 실제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의 연구를 기반으로 밝히고자 하는 근본적인 욕심이 있을 것이고, 이에 더해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 매우 노력하는 모습 또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모습들은 애덤 그랜트가 얘기한 ‘열린 모습으로 자신의 믿음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학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상대편의 의견을 폄하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얘기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인데 이에 대해 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있는 문제라면 다양한 과학자들을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몫은 오로지 정부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물리학이나 원자력 공학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환경학, 생태학, 생물학, 유전학의 영역까지 확대하여 다양한 과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안전한지 위험한지를 검증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오늘의 현실이다.

요컨대, 다양성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통섭’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반드시 생각해야만 하는 게 이 논쟁의 중심에 있는 과학자들과 정부, 그리고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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