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거점 구축 외신보도...한일관계 개선 분위기 속 첫 투자
파운드리서 TSMC에 밀려...후공정까지 뒤처질까 ‘발등에 불’
삼성, 지난 3월 TSMC 인사 패키징 사업팀 부사장으로 영입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4일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약 3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개발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4일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약 3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개발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삼성전자가 일본에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개발 거점을 만든다는 외신보도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4일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약 3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개발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까지 해당 지역에서 반도체 시제품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주도 아래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간의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현지 보도대로 삼성전자가 일본에 반도체 개발 거점을 구축한다면 이번 투자가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첫 투자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현지 보도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한일관계 개선과는 무관하게 반도체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일본에 투자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이 보유한 패키징(후공정) 기술의 중요성이 반도체 시장에 대두되면서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기술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반도체 제품을 만든 과정은 실리콘 판에 칩을 새기는 웨이퍼 제조 공정(전공정)과 해당 웨이퍼를 외부 단자와 조립하고 테스트하는 패키징·테스트 공정(후공정)으로 나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더 많은 칩을 탑재하기 위해 칩의 크기를 줄이는 초미세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미세가공 기술이 물리적인 한계에 도달하면서 칩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패키징 기술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특히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칩 배치와 같은 후공정 기술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실제 대만의 TSMC도 지난 2021년 일본에 후공정 분야 연구 개발 거점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산업연구원(KIET)는 당시 보고서를 통해 “TSMC는 일본 내 거점에서 반도체의 집적화·고성능화 달성을 위한 차세대 3차원 적층기술의 확립을 목표로 한다”며 “칩을 정밀하게 적층하는 기술은 매우 고난도여서 재료, 가공, 접합, 계측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 요구되는데 바로 이 점에서 일본은 TSMC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반도체 선공정 과정인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의 TSMC가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보고서 갈무리]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반도체 선공정 과정인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의 TSMC가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보고서 갈무리]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9%로 압도적 1위를, 뒤를 이어 삼성전자가 13%로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전공정에 속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TSMC와 경쟁이 밀리는 상황에서 후공정 시장까지 뒤처질 수 없다는 절박함에 일본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 뿐만아니라 후공정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TSMC 출신 엔지니어를 반도체패키징 분야인 어드밴스드패키징(AVP)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AVP팀은 삼성전자에서 미세공정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진보된 패키징 기술을 개발, 시험하는 등 반도체 출하 전 과정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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