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기업·우리·하나은행에 지난해 약 31억원 과태료 부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금융사 제재는 중국은행 ‘주의’ 단 1건
한·중 양국 정부의 외교적 마찰로 인한 국내 기업의 영업손해 우려도

한국과 중국 정부의 외교 갈등으로 인해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기업, 우리, 하나은행이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난해 약 3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픽사베이]
한국과 중국 정부의 외교 갈등으로 인해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기업, 우리, 하나은행이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난해 약 3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도발적 발언을 두고, 한국과 중국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 중에는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가나다 순)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해 중국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로 과태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까지 한·중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올해 역시 정상적인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2022년 기준 중국 IBK기업·우리·하나은행에 총 1743만 위안(한화 약 3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과태료 명목을 보면 먼저 지난해 4월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중국 우리은행에 국제수지 보고와 통계 보고 오류를 지적하면서 과태료 20만 위안(약 3600만원)을 납부하게 했다.

이어 6월에는 베이징 은행보험감독국이 중국 우리은행에 개인 경영성 대출 자금 용도 확인 미흡과 외화지급보증(내보외대) 취급 소홀 등을 이유로 과태료 90만 위안(약 1억6000만원)을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해 9월에는 중국 하나은행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광둥성 분국으로부터 외화지급보증 취급 소홀로 지적받으면서 1576만 위안(약 28억 2000만원) 과태료를 내게 됐다.

해당 과태료의 경우 외환은행과 통합한 하나은행이 출범한 이후 외국 금융감독 당국이 하나은행에 매긴 과태료 중 단일 건 기준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은행도 지난해 12월 중국 쑤저우 외환관리국으로부터 대외 보고 누락과 송금자료 확인 미비 등으로 57만 위안(약 1억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로써 2022년 한 해 동안 중국 기업·우리·하나은행이 중국 금융당국에 납부한 과태료는 약 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비교했을 때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금융회사 중 한국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곳은 중국은행 서울 지점뿐이었다.

그마져도 ‘주의’ 제재 수준으로 금융감독원은 중국은행 서울 지점에 대한 검사에서 고액 현금거래 보고의무 위반 사실을 적발해 지난해 6월 직원 1명에 대해 관련 조치를 내렸다.

중국 금융당국과 한국 금융당국의 조사 강도와 처벌 수위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중국 경제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완전히 들어가지 않았고,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은행들이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A은행 관계자는 “아직 금융시장이 개방되어 있지 않은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계 금융기업들의 영업환경이 좋을 수는 없다”며 “중국 금융당국의 견제가 심하기 때문에 높은 성과를 내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중 정부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은행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경영 상황과 실적이 전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중국 경제 사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다보니 현지에서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금융당국의 강한 압박이 현지 영업에 지장을 주는 요인 중에 하나인 것도 맞다”고 전했다.

앞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이 지는 쪽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실이 싱하이밍 대사 발언과 관련해 ‘적절한 조치’를 중국 정부에 요구했지만, 오히려 중국 정부는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면서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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