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최근 들어 명품에 대한 소비성향에 대해 묻는 기자들이 늘어났다.

이에 대해 “그 부분은 마케팅 하시는 전문가들, 특히 그 중에서도 소비자 심리를 전공하시는 분들에게 여쭙는 편이 낫다”고 항상 말씀 드리지만, 일부는 사회학이나 경제학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거듭되는 질문에는 어쩔 수 없이 답하곤 한다.

그러한 질문들도 때를 탄다.

코로나 시기에 보복심리로써 명품 소비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명품 브랜드에서 가격을 올리거나 한국 시장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오면 또다시 명품 소비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약간 다르다.

영부인이 해외순방 중 명품 편집숍을 들렸다는 기사가 나오자 또 몇 군데서 연락이 와 물어보기 시작한다.

과연 영부인 정도의 지위에서 명품을 사고자 하는 욕구는 무엇일까, 그리고 해외 공식적인 일정 속에서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실, 구체적인 대답은 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명품을 왜 소비하는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이 하는 몇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가장 먼저 베블런 효과부터 짚어볼 수 있다.

베블런 효과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이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에서 처음 사용)는 일반적인 제품들은 가격이 비싸질수록 수요가 줄어드는 수요-공급의 법칙을 따르게 되지만 고가의 사치품과 같은 일부 제품들은 가격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지위나 본인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가리킨다.

즉, 남들이 쳐다도 못 보는 높은 가격은 해당 제품을 구매할 때 굉장한 장벽으로 작용하므로, 그 제품 (베블런 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이 그러한 계급적, 신분적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신호를 남들에게 주게 된다.

오늘날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품을 언제든지 소셜네트워크에 올려서 남들의 공감과 찬사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우월하다는 점을 더욱 손쉽게 남들에게 알릴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각종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은 남들이 웬만해서 가질 수 없는 제품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그 어느 때보다 더 잘 과시할 수 있기 때문에 베블런 효과를 부추키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자, 그런데 너도나도 명품을 소유하게 되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부를 명품을 통해 과시하던 사람들은 자신의 영역에 타인이 침범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기 힘들어 한다.

왜냐하면 나는 명품을 통해 장벽을 쌓아두고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을 과시했는데 이제는 그런 장벽이 허물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한번 다른 사람이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쌓게 되는데 그게 바로 스놉 (Snob) 효과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하비 라이벤슈타인이 경제학 잡지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서 처음 제시한 스놉효과는 고소득자가 가지는 특정 재화에 대한 수요와 저소득자가 해당 재화에 대한 수요와 역의 관계가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이 현상은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은 흔한 제품이라 인식해 꺼리는 심리를 설명한다.

스놉 효과에 의하면 특정 재화에 대한 과시적 소비가 다수의 대중들에게 확산될 경우, 이런 소비가 더 이상 자신의 신분이나 위상을 차별화하는 데 쓰일 수 없으므로 누구나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의 구매를 중단하고 남들이 쉽게 살 수 없는 다른 진귀한 상품으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서 ‘스놉(Snob)’은 잘난 척 하는 속물을 의미한다.

대중들과 떨어져 자기를 드러내는 행태는 까마귀 무리 속에서 혼자 떨어져 있는 백로와 같다고 하여 ‘백로 효과’라고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부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거나 이제 막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베블런 효과처럼 장벽을 넘기 위해 명품을 소비하기 시작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부를 이미 축적한 사람들은 자신의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놉 효과에서 보듯이 남들이 사지 않는 명품을 사기 위해 또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까 싶다.

그게 오늘날 여기저기서 명품 편집숍이 유행하는 이유이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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