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이권 카르텔, 부패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복구와 피해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됩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집중 호우 피해의 대책을 발표하며 말했던 내용이다.

그 발언의 진위와 인과관계, 그리고 시기적 적절성의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루고 있기에 이 발언의 중심이 된 카르텔이라는 경제 용어를 좀 뜯어보고자 한다.

사람들도 카르텔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기 이익을 위해 합쳐진 나쁜 집단들’이라는 정도로 연상하지, 이게 원래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생성되고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말이다.

우선 담합 혹은 카르텔에 관해 전문적인 국가기관의 설명을 들어보자.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르텔은 “기업연합 또는 부당한 공동행위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시장통제(독점화)를 목적으로 동일산업분야의 기업들이 협약 등의 방법에 의해 연합하는 형태를 말함”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정확히 카르텔이라고 하면 담합과 동의어는 아니다.

담합(Collusion)은 카르텔(Cartel)을 포함하는 보다 큰 개념이고, 담합이라는 범주 내에서 서로 경제적, 법률적인 독립성은 유지하면서 상호 협정에 의해 협력, 결합하여 독과점하는 형태를 카르텔, 각각의 독립성을 상실하고 협동하는 것을 트러스트 (Trust)라고 한다.

아무튼 이러한 사전적, 법률적 정의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말한 이권 카르텔에서의 카르텔이라는 의미를 유추해보면 카르텔은 '시장 통제를 목적으로 서로 간 연합하여 저지르는 부당한 공동행위'정도로 폭넓게 해석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말한 의미를 들여다보면 아무래도 대통령이 생각하는 ‘카르텔’은 기업의 의미가 아니고 시민단체나 노조 등을 의미하고 ‘시장’은 정부 보조금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발언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즉 '시민단체나 노조 등에 들어가는 부당한 정부 보조금을 폐지'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통용되는 의미와 사뭇 다르게 재해석하여 사용하였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

지금부터는 철저하게 경제학적 관점에서 답합과 카르텔에 대해 따져보자. (엄밀히는 담합이 카르텔을 포함하는 개념이나 여기서는 유사한 개념으로 여기고 담합이라는 용어만 쓴다)

우선, 담합이나 카르텔은 어떤 경우에 생기고 어떤 경우에 와해되는가 알아보자.

게임이론 측면에서 보자면 담합은 일종의 게임이다.

내가 가격을 내리거나 올리게 되면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로 담합이므로 게임이라는 정의에 부합한다.

그런데 게임은 한 번만 하는 동시 게임 (Simultaneous game) 혹은 일회용 게임 (One shot game)과 게임 참가자들이 오랫동안 상호작용을 하면서 여러 번 반복하는 동적 게임 (Dynamic game) 혹은 반복 게임 (Repeated game)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담합은 대표적인 반복게임이다.

담합이 이뤄지는 과정은 이렇다.

(가격의 경우) 내가 100만원에 파는 물건이 있을 때, 내가 더 많이 팔고 싶어서 95만원으로 내리면 상대방은 그에 대응에서 90만원으로 내릴 수 있다.

그럼 거기에 대응해서 더 낮은 가격으로 내릴 수 있고, 이러한 대응이 무한 반복되게 되면 결국 서로 망하는 길을 걷게 되는데 이렇게 경쟁하면서 낮은 이익을 얻느니 암묵적으로 서로 100만원에 물건을 팔기로 합의를 보고,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게 바로 전형적인 담합이다.

앞서 말했듯이 반복게임에서 서로 합의하여 가격을 유지하며 이익을 유지하는 행위이다.

반대로 일회용 게임만 한다고 하면 즉, 100만원짜리 물건 100개가 있는 A가 오늘만 물건 팔고 다음날부터 장사를 안 한다고 하면 80만원에 100개를 다 팔아버리고 끝나기 때문에 이 때는 담합 자체가 일어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듯 일회용 게임에서는 담합이 성립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담합이 붕괴되는 상황은 언제인가?

생각 외로 담합은 경기가 좋아서 물건이 잘 팔릴 때 오히려 붕괴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 하루에 10개 팔리던 100만원짜리 물건이 갑자기 하루에 100개씩 팔린다고 가정하게 되면 조금 싸더라도 훨씬 더 많이 팔 수 있으므로 이윤이 확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담합을 깨고 이익증대를 노리게 되어 담합이 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담합에 대해 조금만 더 재미있는 얘기를 해보자.

요새 대형마트에 가면 EDLP(EveryDay Low Price), 최저가보장제 등의 용어를 볼 수 있다.

개별 품목에 대해 가장 낮은 가격으로 팔고 있고, 행여나 그렇지 않다고 고객이 증명해 주면 즉시 보장헤 주는 제도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실제 게임이론에서 보면 다른 측면을 읽을 수 있다.

다시 아까로 돌아가 A사가 노트북을 최저가보장제를 실시해서 100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고 하자.

그러면 다른 유통사들이 여기에 “받고, 10만원 더 할인”을 외치게 되면 서로 반복게임을 통해 이익을 낮추며 경쟁하게 되어 공멸의 길을 가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에 B사, C사 역시 해당 노트북을 100만원에 팔 수 밖에 없다.

즉, 게임이론 측면에서 보면 최저가보장제는 ‘우리가 이 물건은 이 가격에 담합하자고 선언’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또한 최저가보장제는 대부분 이 보다 싼 가격을 발견하는 고객에게 보상을 취해주는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역시 이를 게임이론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고객은 다른 회사가 가격이라는 담합에서 이탈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여기에 대해 대응을 바로 할 수 있게 하여 담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담합을 게임이론 측면에서 설명을 해 봤는데, 대통령이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상 이정도까지는 당연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경제학적인 의미는 알면서 정치적 수사를 썼으면 어땠을까 한다.

오히려 “이번 수해에 대해서 최대한 재원을 즉각적으로 투여하겠습니다, 다만, 향후 재난안전에 대한 재원을 더욱 확충하고자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몇몇 단체들이 습관적으로 가져가는 보조금들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라는 정도로 말하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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