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합니다. [사진=픽사베이]
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합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너무나 비통하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학부모들의 지나친 갑질이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수사를 더 해야 하지만 과연 제대로 된 수사가 될지 많은 국민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의 2차 피해 등에 대한 염려로 인해 그 결과를 어떻게 발표하는지 역시 매우 걱정되는 바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이전 여러 사건들에서 나타났던 현상들이 굉장히 많이 오버랩 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세 가지 관점에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이 사건을 다루는 일부 언론들의 보도 태도이다.

언론들의 보도는 철저하게 사실 기반이어야 함과 동시에 중립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초등학교 교사의 정신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뉘앙스의 보도를 한 언론이 있었다.

이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외부적 요인, 환경적 요인보다는 그 사람의 성향이나 내부의 문제에서 어떻게든 찾아내고자 하는 전형적인 귀인오류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때문이다.

물론, 그 사람 내면의 문제를 전혀 배제하자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초기부터 그런 의도를 가지고 보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보도했다던가 아니면 귀인오류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있다.

두 번째로는, 만약 초등학생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들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하면 여기서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은 왜 생겨났느냐는 것이다.

정말 억울해서 제기한 민원도 있겠지만 그 중 악성 민원들의 내용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교사들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하면, 인격적인 모독 발언도 서슴치 않고, 하다못해 교사 월급에는 학보무의 갑질을 참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얘기하는 부모도 있다.

얼마 전에 일어났던 땅콩회항 사건을 생각해 보면 갑질, 과도한 분노 분출이라는 면에서는 매우 유사해 보인다.

그 당시 왜 갑질을 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 우리가 알고 있는 용어를 기반으로 한 설명이 제일 와 닿아서 이번 사건에도 적용해 본다.

우리가 아는 갑질은 대개 과도한 ‘인정욕구’에서 비롯된다.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는 욕구는 인간의 생존 때문에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욕구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중 4단계가 바로 존중의 욕구 (Esteem)로 존중, 자신감, 성취, 존중, 존경 등에 관한 욕구가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위워드’의 저자인 하버드대학 조지프 헨릭에 따르면 “지배와 명성이야말로 사회계급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신호 (Two Signals of Social Rank: Prestige and dominance are associated with distinct nonverbal displays)”라고 이야기 했을 정도로 권위, 지배, 명성 등은 실제 사회적 지위를 높여준다는 실험도 있다.

또 하나 더 예를 들자면 베스트셀러인 ‘설득의 심리학’에서도 ‘귄위 (Authority)’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듯 누구나 권위를 가지고 싶어하는 욕구인 ‘인정 욕구’를 갈구하게 되는데 그게 지나치게 강조되어서 중독의 경지까지 이르면 바로 갑질과 같은 현상이 나오게 된다.

권위를 지니고 다른 사람들의 위에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뇌에서 보상으로 기분 좋게 하는 호르몬이 나오게 되고, 여기에 중독이 되면 이제는 이전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을 위해 더 큰 갑질을 하는 메커니즘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마치 교사의 위에서 “당신을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부 학부모들처럼 말이다.

끝으로, 이번처럼 왜 공론화 되고, 왜 이슈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문제 또한 고민해 볼 수 있다.

보다 빨리 의견을 모으고 연대하고, 더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만시지탄을 해 본다.

너무나도 힘들었을 여러 교사들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혹시나 우리는 모두 방관자였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사건을 정확하게 지칭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른바, ‘방관자 효과 (bystander effect, bystander apathy) 또는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거나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고 행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1964년,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라는 여인이 뉴욕에서 살해당할 당시, 30분 이상 격렬하게 저항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40가구에서 아무도 구하거나 신고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여 큰 반향을 일으킴으로써 회자된 용어이다. (그런데 이 소식을 보도한 뉴욕타임즈가 왜곡보도한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고 실제로 목격자는 6명, 신고자도 2명 있었다고 한다)

이번 초등학교 교사의 슬픈 선택 이전에 어쩌면 많은 교사들이 주변에게 계속 ’일부 학부모의 갑질은 나를 죽을 것 같이 힘들게 만들어오‘라는 시그널을 보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교사 집단, 그리고 상급 교사들, 그리고 학부모들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방관자로서 살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서이초를 둘러싼 수많은 화환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말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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