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The idea is to try to give all the information to help others to judge the value of your contribution; not just the information that leads to judgment in one particular direction or another”.

이 말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겸손한 천재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한 얘기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의 기여를 설명할 때는 특정한 방향으로 판단하도록 만드는 정보를 주지 말고, 모든 정보를 주어라”라는 정도의 의미이겠다.

리처드파인만은 우리에게 너무 유명한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원제: Surely You're Joking, Mr.Feynman!”의 저자로 과학적 업적도 훌륭하거니와 그의 익살스러움과 유명인이면서도 흔히 옆집에서 볼 수 있는 착한 아저씨같은 이미지로 더 유명한 사람이다.

글머리에서 제시한 내용은 앞뒤 문맥을 보면 과학을 하는 열려 있는 자세에 대해 쓴 글이다.

그런데, 이 글을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다시 한 번 보자.

닫히지 않고 열려 있는 자세,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타인에게 제공, 이러한 말들이 쓰여져 있는데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바로 ‘확증편향’이다.

확증편향이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편향이라 하면, 이는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정보만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지 말라는 파인만의 명언과 방향은 반대이지만 주장하는 행간의 의미는 같다.

실제로 과학자들이 확증편향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지만 심지어 그들조차도 자신의 성과를 위해서 자신이 바라는 가설을 지지하는 쪽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상치 데이터를 배제하며 통계분석 기법을 선택하고 나온 결과 중 가장 적절한 결과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에서 본인의 의지와 선호가 개입될 수 있다.

따라서, 파인만의 명언은 그러한 현상을 철저하게 배제하여야만 한다는 바램에서 나온 것이다.

같은 책에서 리처드파인만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예로 카고컬트 과학이라는 것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남태평양에는 카고컬트 의식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 중에 화물 (Caergo)을 가득 실은 비행기가 착륙하는 것을 본 원주민은 아직도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활주로 비슷한 길을 만들고, 양쪽은 불을 지핀 후 관제탑 같은 오두막에 대나무 안테나를 만들어 한 명이 코코넛 껍데기로 헤드셋 모양을 만들어 덮어쓴 후 비행기가 착륙하기를 기다린다. 형식은 완벽하나. 비행기는 착륙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런 것들을 카고컬트 과학 (Cargo cult Science: 화물 숭배 과학)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형식을 따랐지만 필수적인 요소를 빠뜨렸기 때문에 당연히 비행기는 착륙하지 않는다」

현재 카고컬트, 혹은 화물숭배라는 단어는 파인만이 사용하였듯이 '사이비 과학'을 일컫는 말로써 쓰이기도 하고 풍족한 물자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유사한 시설을 짓는 것이 바로 원인이라 생각한 착각, 즉 인과관계를 잘못 판단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사용되고 있다.

어쨌든 성과 혹은 결과를 얻기 위해 엉뚱한 데서 원인을 찾고 그걸 흉내내는 기업이나 정부에 대해서도 똑같이 쓰일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기존에 성공한 기업들을 분석했던 베스트셀러 책들이 사실상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하고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후광효과’만을 내세워 사실 관계를 호도했다고 지적하는 ‘헤일로 이펙트’라는 책에서도 기업인들은 허구와 진실을 구별하여 제발 카카오헤드셋을 쓰지 말기를 권하고 있다.

정부는 멀리 볼 것도 없다.

최근에 우리를 둘러싼 여러 일들을 한번 돌아보자.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도 그렇고, 금주에 일어난 잼버리 부실 사태도 그렇다.

사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들(자연재난이지만 인재로 불릴만한 최근의 인명 피해는 넣지도 않았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일어날까말까 한 사고들이 매 주 일어나고 있다.

일어날 수는 있다.

그리고, 일어난 사건에 대해 남탓을 해도 좋다.

그런데 일어난 사고를 수습해서 앞으로 다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라야만 한다.

무조건 전 정권에서 시행한 정책의 반대로만 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으면 원인과 결과를 잘못 짚고 있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화물숭배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잘못 짚은 원인은 이상한 처방을 내리게 되고, 그럴 경우 책임자는 파인만이 지적한 원주민처럼 코코넛 헤드셋을 끼고 성과를 마냥 기다리고 있게 된다.

제발 제대로 된 원인을 짚고 그에 따른 정책을 만들어 냈으면 한다.

혹시나 그게 원인이 아닌 줄 알면서도 또다른 프레임을 만들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고 하는 셈까지 하면서 화물숭배를 하는 거라면 정말 무서운 정치가 아닐 수 없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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