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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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현재의 나는 우리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DNA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겪은 아주 다양한 경험들로 만들어졌다.

사람들 누구나 그렇듯이 성장하면서, 그리고 사회생활 하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면 그걸 다시 흡수해서 어제의 나라는 모습에 조금 더 변형을 가져오면서 오늘의 나로 만들어가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 오늘과 다른 내일의 나를 꿈꾸며 책도 읽고, 성인이 되어서 따로 공부도 하며, 다채로운 경험도 일부러 하면서 살게 된다.

그게 명예든, 권력이든, 돈이든 그도 아니면 그냥 자기 만족이든 목적하는 바에 따라서 더 나은 나를 만들면서 사는데 삶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런데, 개인은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 개인들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조직이 그렇지 않을 수 있고, 국가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일례를 들어보자.

회사는 전혀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 없고, 제자리에서 안전하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에 대한 결정은 주로 CEO나 주주들이 내릴 수 있다.

CEO와 주주가 일치하는 중소기업 같은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수백명 내외의 직원들과 공생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말 그대로 CEO의 생각 하나하나에 따라 그 기업의 운명이 바뀔 수가 있는데 때에 따라서는 너무 과한 투자,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시대의 흐름을 못 읽는 소극적인 투자 때문에 그러하기도 하다.

전자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아는 자기과신이다 (Overconfindence).

내가 예전에 성공했던 경험 (중소기업 경영자라면 그 자체가 성공했던 경험이지 않을까?)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신규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만 믿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외치며 뛰어들 때, 과연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

몇 번을 강조하지만 행동경제학의 편향들은 항상 서로 독립적인 개념은 아니다.

이 개념과 저 개념이 사촌쯤으로 유사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연이어 발생하기도 하는데 자기과신 편향은 어떻게 보면 자기자신에 대한 후광효과 (Hallo Effect), 챔피언 편향의 결과이기도 하다.

내 자신 스스로에 대해 높게 평가하면서 내가 이것도 잘하니 당연히 저것도 잘할 거야라는 생각 자체가 나에 대한 후광효과를 일컫는 말일 수 있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즉 세상은 변해가는데 그냥 하던대로 하면 잘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현상유지 편향 (status quo bias)이다.

바로 눈에 보이는, 그리고 손에 잡히는 이익이 있지 않고서야 그냥 지금 그대로를 유지하고자 하는게 사람의 마음이다.

재무계획을 세울 때도, 인력 계획을 세울 때도 그냥 하던 대로 하자는게 일반적인 마음이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미래보다 현재를 중요시하는 현재 편향 (Present bias)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두 가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자기과신은 자신이 했던 경험들을 과대 평가하여 전혀 관련 없는 일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후자는 지금까지 쭉 경험했던 것들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을 말한다.

방향은 적극적, 소극적 이렇게 반대로 나타나지만 오히려 공통점을 하나 짚을 수 있다.

바로 ‘자신의 경험’이다.

어찌보면 굉장히 상충되는 단어인 거만함과 게으름, 이 두 단어의 원인이 자기 따라하기(Self –herding)에서 나온다.

자기 따라하기는 영 단어에서 보듯이 군중 효과(Herd effect)와 매우 유사하다.

군중효과가 우리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그대로 따라하는 현상을 말한다면 자기 따라하기는 내가 예전에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하기’는 똑같지만 ‘군중’과 ‘나 자신’이라는 따라하고자 하는 대상은 다르다.

댄 애리얼리에 따르면 자기 따라하기는 닻내림(Anchoring) 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한다.

자기 자신은 환상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며, 그리고 과거에 유사한 의사결정을 내렸었다면 그건 최고의 결정이었을 테니 지금도 그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보다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보다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며, 이는 결국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개인이라고 하면 개인만의 실패로 끝나겠지만, 보다 큰 조직을 이끄는 사람의 결정일 경우, 그 피해는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명약관화하다.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 한 번의 의사결정이 회사를 믿고 의지했던 수백명, 수천명의 생계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회사보다 큰 행정을 하는 사람이면 어떨까?

경우에 따라서는 그 지역에 사는 주민, 그리고 국민들까지 위협할 수 있는 그런 상황도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서 예전과 다른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과거의 잘 대응했다고 자부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長)이 예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냥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수많은 이재민이 생겨나고 그들의 삶이 무너질 수 있다.

국가도 그렇다.

우리가 수십년간 몇몇 사례를 봐왔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장관이 그대로의 경험을 가지고 오늘 첫 출근을 하고 있다.

향후 그 장관의 행동은 자기 따라하기일까? 아니면 변했을까? 지켜볼 만한 일이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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