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하다하다가 독립운동가까지 건드리는 일들이 발생했다.

대한독립군의 총사령관을 역임하고,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청산리 전투, 봉오동 전투 승리의 공신으로 당시 일본군이 가장 무서워하던 인물 중 하나인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옮기고자 하는 결정을 국방부가 내렸는데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국방부 대변인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소련 공산당 가입과 자유시참변에서 독립군을 시해하였던 기록이 있어서라고 한다.

그러나 당시 일제에 저항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념적 수단보다는 그들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 했던 행위들이었고, 심지어 자유시참변이 일어났던 그 때는 현장이 아니라 이르쿠츠크에 갔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계의 주장이 아닌 극우 유튜버의 주장을 그대로 읊는 수준의 기자회견을 하여서 많은 사람들이 개탄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나와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이는 총선을 대비하여 지지층들을 보다 확고하게 결집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는 굉장히 잘못된 선택이라고도 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선거는 중도층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데, 이러한 행동들은 보수층을 결집시킬 수는 있지만 중도층의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의 마음이 돌아선다면 선거에서 지는 결과가 생기는데 예를 들어 부동산이나 물가 같은 문제는 중도층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지만 우리의 역사적 정통성과 자긍심에 대해 미약한 근거로 송두리째 부정하고자 하는 모험은 중도층의 마음을 반대쪽으로 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치에 문외한인 나로서도 정말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상 의견을 보면 역시 내용과 상관없이 역사를 바로세우고 있다고 하며 잘하는 일이라고 칭찬하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아마도 맹목적인 보수 지지층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들의 집단적인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100년도 더 된 프랑스 학자의 선견지명에 감탄할 뿐이다.

프랑스 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1895년에 ‘군중심리’라는 책을 출간하며 군중이 무엇이며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군중을 이끄는 지도자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였는데 그 내용이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저술에 따르면 군중은 다섯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외부 자극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며 충동적이다.

그리고 군중 속에 들어가면 배운 자나 못 배운자나 똑같이 군중을 지배하는 환상에 대해 맹신을 갖게 된다.

셋째, 군중의 감정은 항상 과장되어 있고 자신들이 믿는 것에 대한 의심을 가지지 않으며 항상 극단으로 치닫는다.

군중은 본성상 변화와 진보에 냉담하며 마지막으로 군중은 어떤 암시를 받느냐에 따라 개인과는 다른 별도의 도덕성을 가질 수 있다.

위에서 말한 군중의 다섯 가지 특성이 과연 오늘날의 군중에도 해당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너무나도 잘 알 것이다.

오늘날, 정치적 신념에 따라 한 쪽에 속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지금까지 배웠던 이성과 지성에 상관없이 맹신을 갖기도 하며, 또 그 감정의 깊이가 극단으로 치닫는가 하면, 개인이 가진 도덕성과 별개의 도덕적 혹은 비도덕적 행위를 전염되어서 하기도 한다.

이는 어느 편을 지지하든지 매우 유사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 같은 책에서 그리는 군중의 지도자는 사상가가 아니고 행동가라고 한다. 혜안을 가진 사람들은 의심과 신중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군중의 지도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없고, 앞으로도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군중은 자신들에게 감동을 주는 강력한 의지를 지닌 사람들에게 순종하고 본능적으로 의지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강력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바로 군중의 지도자라 할 수 있겠다.

전 세계 국가들 대부분 정치적인 상황이 비슷하겠지만, 특히 오늘날 한국의 정치 상황에는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가 더욱더 잘 들어맞는 듯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신중한 혜안과 지혜보다는 행동과 선동을 하는 군중 지도자, 그리고 지도자의 신념에 맹목적으로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일부 군중들, 극단으로 치달아 대립하는 각 군중 집단들은 군중심리에서 묘사한 여러 모습들과 거의 일치한다.

이번에 독립운동가를 건드린 사건이 과연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군중들을 또 한 번 결집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면 이는 다른 메시지와는 다르게 실패할 확률이 조금은 높지 않을까 싶다.

독립운동을 훼손하는 것은 기존에 독립운동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 가지고 있던 신념체계를 완전히 뒤바꾸는 것으로 보다 명확한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선언하듯 툭 던져버리고 진행했기 때문이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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