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공기업, 가계, 자영업자 등 경제 주체 모두 적자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희망의 메시지’ 찾기 힘들어
내년 총선 앞두고 ‘생색내기’식 정책 운영에 대한 우려 커져

정부, 공기업, 가계, 자영업자 등 주요 경제 주체들이 적자에 시달리면서 한국 경제가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명동의 폐업 점포들. [사진=연합뉴스]
정부, 공기업, 가계, 자영업자 등 주요 경제 주체들이 적자에 시달리면서 한국 경제가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명동의 폐업 점포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트로트 가수 진성 씨의 히트곡 ‘보릿고개’를 보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아이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갯길.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한국 경제가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너나할 것 없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다보니 서로에게 건네줄 시원한 물 한 바가지조차 찾기 힘들다.

대부분의 통계 자료는 한국 경제에 대해 경고등을 켜고 있다. ‘사상 최대 적자 규모 경신’이라는 단어는 하도 들어서 이제 무감각할 정도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정부를 비롯해 공기업(한국전력 등), 가계, 자영업자, 20대 젊은층 등 모든 경제 주체가 보릿고개를 직면했다는 사실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는 1083조 4000억원이었다.

작년 말과 비교해보면 국가채무는 49조 9000억원 증가했다. 나랏빚이 6개월 만에 무려 50조가 늘어난 셈이다.

공기업의 맏형 한국전력은 더 심각하다.

한국전력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6월 말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1조 4000억원이었다. 사상 최초로 200조원을 뛰어넘었다.

이미 작년부터 약 40% 오른 전기료를 더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슬금슬금 새어나오고 있다.

가계대출과 자영업자는 어떤가.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 8000억원이었다.

1분기 말(1853조 3000억원)보다 0.5%(9조 5000억원) 증가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출 잔액이 1033조 7000억원으로 작년 1분기 말보다 7.6%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말(684조 9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50.9% 높은 수치다.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디는 20대 청년층은 더욱 열악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빚을 탕감받은 20대는 5년 새(상반기 기준)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승재 의원은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며 소득이 줄어든 것이 청년 개인워크아웃 증가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든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는 지금만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 전환)이 선언된 지금, 한국 경제의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앞서 살펴본 각종 통계에서 드러난 것처럼 현재 한국 경제는 총체적 난국에 둘러 쌓여있지만, 정부는 별다른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정부, 여당(국민의힘), 야당(더불어민주당)은 ‘생색내기’식 정책 개발에 몰두할 태세다.

당정과 야당은 서로를 물어뜯으며 민생안정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모든 게 저쪽 잘못”이라고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두 달 동안 발표한 보도자료·논평의 주요 단어를 보면 ▲후쿠시마 오염수 ▲흉악범죄 ▲북한 도발 ▲새만금 잼버리로 압축된다.

해당 이슈에 따라 서로를 비판하기만 바쁠 뿐 ‘민생’, ‘경제’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가장 최근 양당의 논평과 서면브리핑조차 서로를 헐뜯기에 집중됐다.

24일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이 내놓은 논평 제목은 “거짓선동과 반일팔이까지 더해진 민주당의 ‘공포 마케팅’ 국민 안전을 볼모로 한 또 다른 위협일 뿐이다”였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의 서면브리핑 제목은 “이러니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7년차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로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정부도 ‘남 탓’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계부채 전 세계 1위를 만든 것은 바로 지난 정부”라고 밝혔다.

정치학에서 정치는 ‘한정된 가치의 권위 있는 배분’이라고 정의한다.

과연 현재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여당, 야당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보릿고개에 주저앉은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하고 있을까.

한국 정치의 ‘권위’는 어디서 찾아야할지 답답하다. 힘겨운 지금보다 미래가 더 두렵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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