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두 달 연속 3조원 이상 순발행 기조 보여
한전채도 강세…공기업 회사채 전체 발행량 17.35% 차지
단기 자금시장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일반 회사채보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채와 한전채가 최근 발행 규모가 늘면서 채권시장에 자금 경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채와 한전채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연합뉴스]
일반 회사채보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채와 한전채가 최근 발행 규모가 늘면서 채권시장에 자금 경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채와 한전채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국내 채권시장 수급 ‘블랙홀’(자금 쏠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은행·한전채가 최근 발행 규모가 늘면서 채권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자금 조달 필요성이 높아지는 추석 연휴와 3분기 말이 겹친데 이어 단기자금시장 금리가 상승하게 될 경우 채권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은행들은 올해 8월 약 3조 8000억원 규모의 은행채를 순발행한 데 이어 이달에도 3조원 넘게 순발행 기조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9월 갑자기 불거진 강원도 레고랜드발(發) 사태로 채권시장 경색이 발생한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은행채는 5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줄곧 순상환 기조를 이어왔다.

이와 반대로 8월과 9월에는 상환보다 발행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업계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늘어나고, 작년 말 고금리에 유치한 예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의 자금조달 수요가 증가해 채권 발행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채 발행 물량이 늘면서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4월 연 3.8%대를 기록했지만, 지난 18일 4.485%로 높아졌다.

문제는 이달 중순 한국전력공사까지 3개월 만에 채권 발행을 재개하면서 은행·한전채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2022년 과도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채권 발행을 급격히 늘리면서 일반 회사채 수요를 빨아들여 당시 채권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킨 바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9일까지 한전채 발행량은 11조 9900억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전채의 과도한 발행이 지적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줄어든 규모지만, 여전히 한전채는 일반공기업 회사채 전체 발행량 17.35%를 차지하며 막대한 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한전채 발행 잔액을 보면 이달 19일 기준 68조 4500억원으로, 1년 전(51조 1600억원)보다 약 24.1% 늘어났다.

일반 회사채와 비교했을 때 한전채와 은행채는 신용도가 월등히 높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로서는 금리 수준이 비슷할 경우 한전·은행채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회사채와 한전채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고 있어 한전채 쏠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19일 기준 한전채 3년물 금리는 4.389%, 신용등급이 AA-인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4.641%로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

연초 0.593포인트% 차이를 보였던 회사채와 한전채의 금리는 0.252%포인트까지 줄었다.

여기에 추가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기업어음(CP) 금리가 최근 3.79%, 4.02%까지 상승한 부분도 채권시장의 은행·한전채 발행 증가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D와 CP 금리는 은행과 기업이 자금 조달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신용도 수준을 나타내기 때문에 해당 금리가 올랐다는 점은 자금 조달 여건이 이전보다 악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은행·한전채 발행과 관련해 채권 시장이 일부 경색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은행채의 경우 주로 만기가 짧은데 CD와 CP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과 맞물려 단기 자금시장에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은행 자금 수요가 커지는 분기 말, 명절 연휴 직전이라는 시기도 부정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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