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등 요양기관에서 가입자 요청에 따라 직접 전송 가능
공포 1년 후 시행 예정…의원·약국은 2년 유예기간 부여
의료계·환자단체 “보험 지급 거절·거부 증가로 국민 건강 위협할 것”

6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 간소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즉각 성명 등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6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 간소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즉각 성명 등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보험업계와 의료계·환자단체 간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던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최종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반대 측에서는 정보 누출 책임 소재 명확화 등 벌써부터 요구 사항을 내세우고 있어 시행 후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6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 간소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해당 개정안은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고, 병원을 비롯한 요양기관은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보험사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과정에서 얻은 정보·자료를 업무 외에 용도로 사용·보관하거나 비밀을 누설하지 않도록 규정됐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각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처벌 조항이 신설됐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공포 1년 이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다만, 의원급 의료기관, 약국 등은 2년 간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을 예정이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는 수십년 동안 보험업계와 의료계·환자단체가 마찰을 빚어온 주제다.

먼저 보험업계는 가입자와 고객(환자)의 청구 편의성을 높이는데 목적을 둔 법안으로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이유로 찬성의 뜻을 밝혀왔다.

기존 실손보험 청구는 환자가 진료 후 각종 진단서, 영수증 등을 보험사에 직접 제출하거나,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청구 과정이 번거롭다보니 소액 진료비는 그냥 두는 경우가 빈번했고, 고령자 등 일부 가입자는 제대로 된 혜택을 누릴 수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건강보험공단·보험사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청구되지 않은 실손 보험금은 각각 2559억원, 2512억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윤창현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병원·보험사 간 정보공유를 통해 실손보험금 자동지급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보험 가입자의 불편을 해소해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잠자는 보험금 지급까지 기대되는 만큼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환자단체는 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악법’이라고 규정하며 국회 통과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즉각 자료를 내고, 보건의약계와 충분한 논의도 없이 통과시켜버린 희대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반발했다.

의료단체는 “보건의약계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결국 국민의 편의성 확보라는 탈을 쓰고 축적된 의료 정보를 근거로 보험사가 지급 거절, 가입 거부 등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동시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송대행기관은 정보 누출에 대한 관리와 책임이 보장된 기관으로 엄격히 정하고, 관의 성격을 가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험료율을 정하는 보험개발원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을 포함한 4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의료단체는 “이러한 사항들이 법안에 수용되지 않을 경우 모든 보건의약 종사자들이 직접 나서 보험사에 정보를 전송하지 않는 최악의 보이콧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루게릭연맹회·한국폐섬유화환우회·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 환자단체 역시 공동 성명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단체는 “민영보험사들은 실손보험, 건강관리서비스 허용, 수천만 명의 환자데이터 확보 등을 위해 분투해 왔고, 또 이뤄냈다”고 밝혔다.

이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의 국회 통과는 민영보험사들이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려는 궁극적 목표, 즉 의료 민영화로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딛게 지원해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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