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관련 법안 국회 정무위원회 통과
대한의사협회·무상의료본부, ‘의료 민영화 전초 단계’ 즉각 반발
보험업계, “가입자 청구 편의성 개선 위한 조치로 전혀 문제 없어”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15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의료계와 일부 시민단체는 반대 입장을, 보험업계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이날 대한의사협회 4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보험사 편익만을 위한 보험업법 개정 반대 기자회견' 모습. [사진=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15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의료계와 일부 시민단체는 반대 입장을, 보험업계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이날 대한의사협회 4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보험사 편익만을 위한 보험업법 개정 반대 기자회견' 모습. [사진=대한의사협회]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여왔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해당 법안에 반대해왔던 단체들은 국민 편익보다 민간보험사의 이익이 우선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보험업계는 현재의 청구 방식에서도 가입자(환자) 정보가 이미 접수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으로 이익을 볼 내용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며 반대 측 입장을 일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5일 오후 전체 회의를 열고, 실손의료보험 청구 과정을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을 청구하려면 가입자가 병원, 약국 등에서 서류를 발급받은 후 보험사에 사진·서면 제출을 하거나,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야 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청구 과정이 번거롭다보니 소액 진료비는 그냥 두는 경우가 있고, 고령자 등 일부 가입자는 제대로 된 혜택을 누릴 수 없었다.

이에 금융위원회, 의료계, 보험협회는 공동으로 정부 산하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구성해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다만, 해당 위원회에서조차 의료계와 보험업계는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는 상황이었다.

이날 정무위원회 통과가 되기 전부터 의료계, 무상의료본부 등에서는 기자회견을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호화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먼저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국회에서 마련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민을 위한 법안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의약계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통과 시 전송 거부 운동 등 보이콧과 위헌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정보 전송의 주체가 되는 환자와 보건의료기관이 자율적인 방식을 선택해 직접 전송할 수 있도록 법안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 배진교·강은미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무상의료운동본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폐섬유화환우회도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반대 근거로 보험사들이 환자 정보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처리하고, 프로파일링이 가능한 형태로 축적·갱신하면 이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개인의료정보는 최대한 분산돼야 하고, 전자적 방식이 아니라 비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돼야 시민들의 정보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추가로 “보험사는 결국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더 주는 게 아니라 통제하고 삭감하려는 의도”라며 “보험사가 심사 기능을 강화하고, 의료기관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미국식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전자적 방식으로 환자 정보를 축적해 보험사에게 넘겨주는 제도화는 소비자의 편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일”이라며 “한국 보험사들은 미국처럼 보험사가 지정하는 병원에서 보험사가 지정하는 치료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험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금융당국이 보험업계를 위한 개정안을 마련할 이유도 없고, 이번 개정안으로 현행 방식과 달라지는 점은 말 그대로 ‘청구 과정의 간소화’라는 것이다.

특히 환자 정보는 현재 제출하는 각종 진단서를 비롯한 서류에도 담겨있는데 보험업계가 기업 이익을 위해 법과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관련 내용을 축적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오로지 고객, 소비자, 환자의 입장에서 정책을 수립하기 때문에 보험사의 편익을 봐는 경우는 절대 없다”며 “이러한 관계를 모르기 때문에 의료계와 일부 시민단체에서 억측에 가까운 주장이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대 측에서는 ‘의료 민영화’의 첫 단계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는데 가입자의 청구 간소화가 어떻게 의료 민영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보험업계가 강조해온 내용대로 가입자와 환자의 청구 편의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며 “환자 정보를 따로 활용할 이유도 없고,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는 곳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