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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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도 붙잡았건만 왜 떠났을까?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다 보면 빅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데이터 분석에 진심인 기존 경제학에 대해 반기를 들고 일어난 행동경제학이 왜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들지만 두 가지 관점에서 기존 경제학보다 오히려 더 관심을 두는지 설명할 수 있다.

첫째, 행동경제학도 경제학이다.

하버드대학의 행동경제학자인 매튜라빈은 행동경제학이 이미 2010년 이후에 경제학적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하나의 이론으로 자리잡았다고 했으며, 행동경제학이 심리학과의 차별점 중 하나는 심리학은 경제학처럼 엄밀한 기준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고 얘기했다.

이 말인 즉슨, 행동경제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학과 통계학을 방법론으로 삼는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둘째,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과 달리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만 한다.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우리가 흔히 비정형데이터라고 부르는 언어, 안구 움직임, 제스처 등까지 데이터화 하여 분석해야만 한다.

이 영역이 바로 빅데이터 분석 영역이다.

쓸데없는 소리가 길어졌지만 그래서 행동경제학연구소 외에 1년 이상 데이터 분석 회사를 준비했었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기존 데이터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과 더불어 조직이 최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리더십이나 팀 문화, 그리고 케미스트리까지를 데이터화 하여 분석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

나름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일이고 이제 실제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자 하는 바로 그 시점에 그녀는 떠나갔다.

그녀는 헤드헌터의 소개로 영입한 인재였다.

온화하고 상냥한 성품을 가졌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탁월했다.

기획하는 능력은 다소 아쉬웠지만 업무 프로세스를 꼼꼼하게 챙기고 회사의 새로운 시작에 대해 누구보다 열정을 가지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냄으로써 향후 회사가 초창기에 일찍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이라 생각되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를 이직한다고 하였으니,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절차에 있던 나는 얼마나 당황할 수 밖에 없었을까?

그 말을 듣고 좀 생각하다가 차근차근 설득에 들어갔다.

지금은 여러 가지로 불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애초에 약속한대로 스톡옵션을 줄 텐데, 그럴 경우 나중에 지분을 정리하게 되면 몇 억 원의 수익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연봉도 높여서 우리 회사로 이직하였기 때문에 여기에 추가적인 이익에 대해 강조를 하면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친구는 우리가 설립 전부터 우리에게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점도 알고 있는 상태라 이런 제안에 당연히 혹하리라 생각했는데 바로 거절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회사 내에서 자기 의견을 무시하는 다른 팀장과 조직 때문이었고,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가 애초의 업무와 다르다는 점 또한 지적하였다.

첫 번째 문제는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고, 두 번째 문제는 일시적인 것이라 이미 어느 정도 해결되었기에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거절이었다.

그럼 나에게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선 문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부분은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들었던 것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으므로 내가 해결책을 잘 못 제시했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물론 문제를 잘 알아듣지 못했으면 해결책도 틀릴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경제적 인간,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라면 경제적 이익에 반응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분명 지금 수익과 미래에 기대되는 수익을 제시하면 그 기대이익으로 인해 현재의 다른 불편함과 고통쯤은 참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가지고 대화를 했었다.

지나고 보니 오히려 그게 나의 패착이 아니었나 싶다

인간은 언제나 경제적 이익을 스스로 계산해서 자신의 효용을 최대로 하는 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며 제한된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자인 내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라고 종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마 속으로 “문제를 제대로 못 짚은 것도 문제지만 행동경제학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하면 안되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무엇보다 중요한 자아, 존중감 이런 것들을 보장해 주는 방법을 제시했으면 퇴사까지 안 갔을 수도 있겠다.

합리적 선택, 비합리적 선택에 들어가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 말고 다른 것을 제시했으면 단박에 자신의 의사를 철회했을 수도 있다.

경제학 모형에도 그러한 요소들을 넣어가며 만들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그러한 모형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있어도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 일을 계기로 행동경제학을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경제학 이론, 즉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인간 모형을 나의 원칙으로 삼고 그 계획대로 움직였던 내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경제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로 분류되기도 하는 애리얼 루빈스타인 (Ariel Rubinstein)은 ‘경제학 우화 (Economic Fables)’에서 경제학의 한계를 강조하며, 경제학 이론들을 우화로 여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경제학 이론을 행동원칙으로 삼지 말고, 그냥 참고용 우화로 여긴다면 오히려 제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지금 바로 그 말이 생각난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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