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2030년 엑스포를 부산에서 유치한다고 호언장담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들을 희망에 부풀게 만들었던 사람들이 입을 싹 닫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보수 성향이냐 진보 성향이냐에 상관없이 모든 언론이 다 실패라고 얘기하는 상황인데 담당자들은 얼마전까지 51:49로 바짝 쫓고 있다고 했으니 판세를 잘못 읽어도 보통 잘못 읽은게 아니다.

보통 이런 경우, 사람들은 판세를 잘못 읽었으면 무능한 거고, 판세를 제대로 읽었음에도 그렇게 발표했다면 사기를 친 거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번 엑스포 유치에서 나오는 일련의 과정들은 행동경제학 교과사에 사례를 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인간의 편향으로 가득차 있었다.

우선 나는 저렇게 판단하고 언론에 공표한 것을 그 사람들의 사기라고 생각하거나 판세를 잘못 읽었다고 생각하기 보다 ‘자기과신’과 ‘확증편향’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엑스포 유치 시 자기과신(Overconfidence)은 어쩌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단 시간 내에 진입한 자랑스러운 나라라는 주입된 인식에서부터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서사가 있는 스토리텔링에 따라 성공한 국가라는 인식을 대부분 국민이 공감하고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우리가 88올림픽과 2002월드컵 유치할 때 일본한테 뒤진 상태에서 시작하였던 것을 단독 개최, 그리고 공동개최라는 기적적인 성과로 역전시켰던 그 스토리를 발판삼아 이번 2030 엑스포 유치팀도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여기서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확증편향이 발생한다.

우리가 역전에 성공한다는 자기과신에 휩싸이게 되면 이때부터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나의 성공에 대한 징표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바로 그게 확증편향이다.

회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우리가 유치에 성공하기 위한 증거로 여겨지고, 하다 못해 외교적인 의례로 건넨 인사가 우리에게 표를 주겠다는 무언의 약속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이렇게 자기과신과 확증편향에 쌓여져 있었던 유치위원들이라면 60:40도 아닌 51:49라고 외칠만도 했겠다.

둘째, 현상유지 편향과 생존자 편향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기존에 있었던 것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싸이가 언제적 가수인데 PT에 나와서 강남스타일을 외치고, 오징어게임의 이정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홍보하는 컨셉은 유명인사들이 나와서 홍보해야 성공한다는 예전 홍보 컨셉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하지만 홍보 시 무엇을 전면에 내세워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는 시대가 바뀜에 따라 변하게 마련인데, 우리는 예전에 사용했던 안전한 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갔다.

지난달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결과가 프레스센터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1차 투표 결과 사우디 119표, 한국 29표, 로마 17표로 한국은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결과가 프레스센터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1차 투표 결과 사우디 119표, 한국 29표, 로마 17표로 한국은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또 하나는 생존자편향인데, 이는 우리가 실패자, 사망자로부터 교훈을 얻어 대비책을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생존자 중 상처가 난 곳에 대비책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전쟁 시 사람들이 심장에 총알을 맞으면 급사해서 죽지만, 총을 팔에 맞은 사람들은 대부분 산다.

총에 맞고도 살아 돌아온 사람들을 보니, 팔에 상처가 많이 나 있기 때문에 팔 부분을 총알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두터운 보호갑을 착용하도록 하는게 총상 사망자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우리는 가까운 예로 평창올림픽에서 2번이나 실패를 겪었었는데, 그 때 기사를 찾아보면 똑같이 얘기 나오는게 외교력 부재였다.

두 번에 걸쳐 우리가 1차 투표에서 1위였는데 2차 투표에서 뒤집혀서 2위가 된 실패한 경험을 가진 우리로서는 이번에 뒤지다가 2차 투표에서 이기려면 우리가 당했던 방식을 바탕으로 훨씬 더 보강하여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하던데로, 대통령이 앞장서고 기업인들이 쫓아다니는 방식만 고수했다.

다방면의 외교 노력, 동계 올림픽 유치 실패 시 우리가 당면했었던 국제 행사의 지역 안배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주요한 포인트 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겼던 그 때의 기억으로 딴따라처럼 위세 과시 하면서 돌아다니기만 했다.

마지막으로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탈락한 이후, 탈락한 이유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거기에 대한 김이태 자문 교수의 말을 들여다보면 또 하나의 편향이 보인다.

김이태 교수는 직설적으로 "사우디는 엑스포 개최를 위해서 10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저개발 국가에 천문학적 규모의 개발 차관과 원조 기금을 주는 역할을 해 금전적인 투표가 이뤄졌다”라는 말을 하여 우리의 패인 중 하나가 사우디의 금권선거 때문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게끔 하였다.

이건 전형적인 귀인오류이다.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FAE, 기본적 귀인오류)

귀인오류를 쉽게 이해하려면 우리는 두 가지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이 실패로 돌아가면 남탓을 하게 되는 특성이 있고, 둘째, 그 구체적인 원인은 그 사람 (남)의 내재적인 성격이나 성향 때문이라고 규정짓는 특성이 있다.

이번 엑스포 사례에 도입해 보면, 이번 우리가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것은 우리가 못한 게 아니라 남 (사우디) 탓이기 때문이고, 사우디가 진짜로 노력해서 잘한 게 아니라, 원래 돈을 뿌리고 다니는 그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귀인 오류 관점에서의 진단이다.

어떤가?

김이태 교수의 말과 100% 일치하지 않는가?

귀인오류에 계속 빠져 있으면 문제 해결시 객관화가 힘들며, 이는 계속되는 실패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외에도 사실 너무 많은 편향들로 가득차 있지만 지면 관계 상 이 정도까지만 하려 한다.

제발 좀 잘하자.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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