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체제 출범 후 휴대폰 사업 정리 등 과감한 결단…'독기'로 체질 개선 성공
LG트윈스, 한국시리즈 2, 3차전서 막판 극적 역전승…29년만에 KS 우승 눈앞

10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에서 8-7로 승리를 거둔 L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에서 8-7로 승리를 거둔 L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용택 편집인 】 ‘엘지(L)는 지지않는다(G)’

지난 7일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LG트윈스가 3대2로 역전패 당했을 때 한 인터넷사이트 댓글 창에 올라온 글이다.

수많은 댓글 중에 유독 이 글이 눈에 들어온 것은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변화된 LG에 대한 믿음이 물씬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국 최강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허무하게 무너졌는데도 LG를 향한 믿음이 이렇게 강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이런 믿음은 곧 현실화됐다.

LG는 1차전 패배를 뒤로 하고 2, 3, 4차전까지 연거푸 승리하며 통합우승을 눈앞에 뒀다.

더구나 2, 3차전은 역전에 역전, 그리고 또 역전을 거듭하며 변화된 LG를 온몸으로 체감케 한 경기였다.

지난해까지 LG에서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기력함의 연속이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이 무려 21년만이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이번에 한국시리즈를 우승하면 무려 29년만의 경사다.

두산과는 패배의 연속이었다. 안방 라이벌 두산만 만나면 움츠러들어 잠실구장의 뜨거운 열기를 두산에 내줘야만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두산은 더 이상 경쟁상대가 아니다.

수없이 무너져 내렸던 LG가 어떻게 이렇게 변했을까. 다른 팀보다 잘 던지고 잘 치고 잘 달려 정규리그 우승도 이뤄냈겠지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유독 역전승이 많다는 사실이다.

투수가 무너져도 끊임없이 치고 달려 승부를 뒤집었다.

“당신이 지금 달린다면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당신이 달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진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LG는 1루에만 나가면 2루로 내달렸다.

그러다 주자가 아웃당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랬다.

그래도 1루에 나가기만 하면 내달리고 결국 역전을 이뤄냈다.

LG의 이런 독기, 구광모 회장 취임 5년 만의 변화다.

야구만 변한 게 아니다. 올해 사업부문에서도 강한 LG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전자는 ‘아픈 손가락’이었던 단말기 사업을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전자장비(전장)사업을 대폭 강화하는 대변신을 꾀했다.

LG전자 전장부문은 올 3분기 매출 2조5035억원, 영업이익 134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체 분기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6년 동안의 적자행진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올해 그 존재감을 더욱 키워가는 모양새다.

이에 힘입어 LG전자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5% 성장한 9967억원으로 2020년 이후 3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3개 분기 만에 매출 약 25조7441억원, 영업이익 1조8250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연간 실적이던 지난해 총 매출(25조 5986억원)과 영업이익(1조 2137억원)을 넘어섰다. 이제 목표는 국내 1위가 아니라 세계 1위다.

LG유플러스도 올해 27년만에 큰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이동통신시장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수에서 KT를 추월했다. 이제는 2위 이동통신업체다. 휴대폰시장이 정체된 상황 속에서 끈질기게 B2B 사업을 강화한 덕분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이런 성과의 피날레다.

물론 아직 한게임 더 남았다. 2연패 뒤 3연승을 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KT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처럼 간절한 한국시리즈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1차전 때에는 29년 전인 1994년 LG 우승의 주역이었던 전 LG 투수 김용수와 포수 김동수가 우승의 염원을 담아 시구했다.

이날 구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잠실구장으로 달려갔고 11일에는 KT 구장인 수원경기장에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이용택 편집인
이용택 편집인

우승의 성패가 결정되지 않는데도 총수가 직접 적진까지 달려가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구 회장은 우승하는 순간까지 계속 출격하며 야구장을 가득 채운 유광점퍼와 노란색 머플러의 물결과 함께 할 것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깨달은 감정은 하나다.

이젠 LG직원과 LG팬들 사이에 ‘LG는 지지않는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LG팬으로서 구광모 체제 5년만의 이런 변화에 놀랍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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