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전달식에서 LG 선수들이 트로피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전달식에서 LG 선수들이 트로피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LG와 KT가 명승부를 펼치고 있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오늘도 열린다.

현재 3승 1패로 LG트윈스가 앞서고 있는 상황인지라 오늘 경기만 승리하면 LG트윈스가 29년만에 정상에 설 수 있게 된다.

서울이라는 넓은 시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94년 이광환 감독 체제하에서 우승한 이후 29년 만에 최정상의 자리에 선다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이광환 감독님과는 꽤 사적인 친분이 있던 터라, 이전에 1994년 어떻게 우승하셨냐는 질문을 던지면 에이스, 주전 포수, 테이블 세터, 중심타자, 마무리 투수 등 5가지 요건이 잘 갖춰지면 우승을 할 수 있다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 다섯 가지 역할이 야구팀의 전부이기 때문에 잘 수행해내면 당연히 우승이 될 수 밖에 없는데, 그 당시의 기사를 보면 잘 던지는 투수들을 마구잡이로 출전시키던 시대에 선발, 중간, 마무리 등 투수 보직을 명확하게 구분한 게 이광환 감독이었기에 이렇게 미국식 야구의 역할 분담을 잘 벤치마킹한 것이 확실한 우승의 이유이긴 하다.

그런데, 사석에서 약간의 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그 당시를 회고하실 때는 두 가지 이유를 추가하곤 했다.

하나는 당시 젊은 선수들로 구성되었는데, 그 선수들이 기세를 타고 흥이 오르니 감독인 본인은 그냥 그 흥이 떨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잘 거들어 주기만 하면 되었으므로 끝까지 이어간 분위기 또한 우승의 원인일 거라고 말씀하셨다.

또 하나는 당시 프론트가 너무 현장에서 원하는 것들을 잘 지원해 줬었는데 결국, 현장과 프론트의 화합도 우승의 원인이라고 말씀하기도 하셨다.

우리나라보다 선수 실력, 감독 역량 등 모든 부분에서 야구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미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세이버메트리션 이론에 입각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야구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타율 등 고전적인 지표에 집착하던 미국 야구에 출루율을 강조하며 메이저 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 중 하나인 애슬레틱스를 2000년대 이후 거의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으로 변모시킨 빌리빈 단장, 그의 얘기는 머니볼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으며, 이후 브래드피트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의 야구방식은 고전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스카우터, 야구 이론가들로부터 혹독한 도전을 받았고, 그는 ‘논쟁은 끝났다’라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어떤 선수가 좋은 선수냐 혹은 어떤 팀이 좋은 팀이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많다.

이에 대해 부가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야구와 같이 데이터가 많은 스포츠 세계에서는 예측을 가장 잘하는 것이 훌륭한 무기가 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한 군데서 어떤 데이터가 선수와 팀에 대한 향후 예측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고, 증명되며, 이를 성과로 연결하였다고 치면, 다른 구단들이 다 똑같이 따라한다.

어쩌면 돈에 여유가 있는 구단은 그걸 더 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른 구단이 더욱더 높은 성과와 연결되는, 예측을 잘 할 수 있는 일련의 데이터들을 또 찾아야 한다.

이런 과정이 계속될 수 밖에 없는데, 빌리빈은 마치 물리학이 양자역학의 이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고전 물리학의 정점에 있을 때, 더 이상 세상의 진리는 없다라고 외친 것과 같은 유사한 행동을 했다.

2010년 후반대부터 지금까지 타자의 ‘발사각 혁명 (Launch Angle Revolution)이 중요하다고 얘기되기 시작하자마자 얼마 안 되어 전 구단이 타자들의 발사각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기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 유학하면서 메이저리그를 직접 보고 경험한 일련의 야구 매니아들, 해설가들, 더 나아가 경제학자나 통계학자들 덕에 세이버메트리션과 그와 유사한 많은 데이터들이 소개되었다.

그래서, 기자, 해설가 뿐만 아니라 진성 팬들은 일반 팬들이 알 수 없는 데이터들을 가지고 선수와 팀을 평가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렇게 미국의 야구지표들을 가지고 각 팀에 대입하면 끝인가?

아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살펴보자.

우선 첫 번째 할 일은 이런 지표들이 야구팀이나 선수의 성과와 인과관계를 가지는지를 증명하는 일이다.

빌리빈이 얘기했듯이 출루율이 중요하다고 하면 팀의 출루율과 팀의 성적과 인과관계를 가지는 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여기에서 독립변수는 출루율이고, 종속변수는 팀 성적이다.

이는 단순회귀분석을 통해 우리가 알 수도 있지만, 사실은 나머지 영향을 끼칠만한 변인들을 제거하고, 출루율이 팀 성적과 유일한 인과관계를 가지는지 혹은 가장 중요한 독립변수 중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통계분석을 통해서 정확하게 밝혀야만 한다.

우리가 프로야구에서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식은 아직 이 첫 번째도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했다.

둘째, 이제 이러한 변인들을 가지고 향후 예측을 한다고 하면, 실제로 예측이 맞아 떨어지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왜냐하면 과거 데이터를 가지고 유미하다고 판단되었다고 앞으로도 다 맞아 떨어지라는 법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세 번째는 이 외에 다른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을 찾아내고 이를 다시 적용시키는 혁신의 단계이다.

이러한 세 단계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야구는 데이터로 혁신될 것인데 이 세 번째의 새로운 영향 요인들은 아마도 정성 데이터의 발굴과 양적·질적 데이터의 융합이 관건이 될 것이다.

다시 돌아가 이광환 감독님께서 당시 우승의 5가지 요소는 데이터로 어땠는지 그 당시 타 팀과 비교하게 되면 실제로 검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프론트와의 화합, 그리고 신인선수들의 기세는 데이터로 비교 분석히기 힘든 질적 영역이다.

바로 이 정성적, 질적 영역이야말로 행동경제학에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빌리빈이 ‘신호와 소음’을 저술한 네이트 실버‘에게 한 말을 알아보자.

“장차 야구계에 들어올 사람들의 창의성과 지성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대단할 겁니다. 10년 뒤에는 내가 이런 일에 대해 면접장에 발조차 들여놓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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