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세계 반도체산업 매출총액 5,300억 달러
7조달러 투자예산은 독일과 프랑스의 연간 GDP를 합산한 금액
인텔의 향후 5년간 투자예산의 약 90배
반도체 생산과 전력인프라 병목현상 솔루션 기업들의 고성장 전망.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알트만 최고경영자는  AI 반도체 제조를 위해 9000조원에 달하는 펀딩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알트만 최고경영자는  AI 반도체 제조를 위해 9000조원에 달하는 펀딩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 생성형 인공지능의 선구자인 챗GPT의 운영사 오픈AI의 CEO인 샘 알트만(Sam Altman)은 최근 각국의 국부펀드 등과 7조 달러 규모의 AI반도체 관련 투자모집을 진행 중이라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샘 알트만은 인공지능을 상업적 성공의 궤도에 올려 놓음으로써 세계 IT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에 그의 행보가 어떤 의미인지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7조 달러라는 금액의 크기가 놀랍고 황당하다. 이 금액에 대해서 샘 알트만은 ‘인공지능반도체 투자비용’이라는 간단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최근 2023년 전세계 반도체산업 매출총액이 5,300억 달러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13배가 넘는 액수이다. 이 반도체 매출액에는 최고 사양의 인공지능 반도체뿐 아니라 전통적인 산업에 쓰이는 단순한 반도체에서부터 PC, 핸드폰,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모든 반도체를 포함하고 있다.

추가로 비교해 보자면, 한화 환산 9,000조원에 달하는 이 투자예산은 독일과 프랑스의 연간 GDP를 합산한 금액과 비슷한 규모이고, 현재 가장 공격적으로 반도체공장(Fab)을 짓고 있다고 하는 인텔(Intel Corporation)의 향후 5년간 투자예산의 약 90배에 달한다.

샘 알트만의 반도체투자예산 규모와 주요 비교지표 (단위: USD billion)
샘 알트만의 반도체투자예산 규모와 주요 비교지표 (단위: USD billion)

아무리 천하의 샘 알트만이라지만 이렇게 거대한 금액 모집에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회의적이거나 냉소적인 시각이 많다. 현재 인공지능 관련 기업 중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의 CEO인 젠슨 황(Jensen Huang)은, 샘 알트만이 본격적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7조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엔비디아는 지난 십년간 백만배 정도의 인공지능 처리능력 향상을 달성했다. 만약 컴퓨터가 더 이상 빨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14개의 또 다른 행성과 3개의 다른 은하계, 4개의 더 많은 태양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라는 농담으로 응수했다고 한다.

이는 인공지능 산업의 미래에 관해 소프트웨어 업계의 상징적 인물인 샘 알트만과 하드웨어 업계의 대표격인 젠슨 황의 견해가 갈린 셈이다. 아마도 인공지능 업계의 거물인 두 사람 견해의 중간 어디엔가 진실이 있을 수 있다.

샘 알트만은 자신의 인공지능사업 미래계획에 대해서 빙산의 일각 같은 언급만을 하고 있다. 그 동안 그의 행보로 봤을 때 그가 언급한 7조 달러라는 총액에는 반도체공장은 물론 대규모 발전소 건설비용, 전력그리드 투자비용, ‘인공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개발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거대규모의 반도체 공장 외에도 막대한 전력이 소요되는 AI를 구동하기 위한 소형원전이나 핵융합발전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고, 기존 학습능력 중심 생성형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로서 학습 없이도 창의적 인간지성과 유사한 능력을 갖는 추론중심의 인공일반지능 사업모델을 진행하려는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샘 알트만이 다음 단계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은 없고 그의 비전을 실현하는 다른 기업이나 인물이 새롭게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샘 알트만의 오픈AI는 현재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AI 하드웨어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광산업에 비유하자면, 일단 시작단계에서 작은 광산을 채굴하기 위해 급한 대로 ‘삽’을 이용하기는 했는데, 더 큰 새 광산이 발견되어 대규모 개발을 시작하려고 했더니 엔비디아에게는 약간 개량된 또 다른 ‘삽’밖에 없고 ‘굴삭기나 불도저’급 장비를 제공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모양이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 젠슨 황은 자신도 옹호할 겸 비판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엔비디아나 AMD가 한계를 드러내는 지점은 이 회사들이 반도체 설계만 하는 회사들이고 실제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한 회사들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한가지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샘 알트만의 제안에 비하면 인텔 같은 회사의 반도체공장 투자액은 매우 미미해 보이지만, 그 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이 위험할 정도로 과도한 규모의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우려해 왔다. 현재 일정이 조금 미루어지고 있지만 향후 5년간 동사가 미국, 독일, 아일랜드, 이스라엘 등 세계 각지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투자액을 합산하면 약 800억 달러, 한화 환산시 105조원 정도가 된다.

그런데 이 투자에 동원하기 위해 향후 1년간 유명한 ASML의 최신형 노광장비는 타사에 공급이 어려울 정도로 인텔이 독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샘 알트만의 투자제안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도체 장비부족 상황 등도 현실적 제약조건으로 지적하고 있다. 참고로 인텔 이후에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대만의 TSMC가 ASML의 장비를 순차적으로 수령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샘 알트만의 비전을 접한 전문가들은 비판을 하면서도 반도체를 실제 제조하는 회사들의 공장 투자에 대해서 부정적 인식을 접고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샘 알트만의 비유에 따르면 “현재 AI는 흑백TV 수준의 단계”라고 한다. 흑백TV가 컬러TV, 스마트TV, 인터넷TV 등으로 발전하려면 보급율 확대는 물론이고 컨텐츠 제작이나 방송인프라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의 인식으로 추측해 보면, 엔비디아는 현재 흑백TV 중에서도 핵심부품인 브라운관 정도를 설계하는 업체라고 비유할 수도 있다. 샘 알트만은 이 상황이 불만인 것이다. 자기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더 획기적인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전력인프라 등을 자신이 주도해서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 같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샘 알트만의 의도가 현실의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는 없다고 하더라도 방향성이 옳다면 인텔이나 삼성전자, TSMC 등 반도체 공장을 실제로 보유한 회사들이 ‘꿩 대신 닭’ 같은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소형원자로나 핵융합발전 실용화가 늦어지면 제네럴일렉트릭(GE),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기존 전력인프라 기업들도 AI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샘 알트만의 주장이 의미하는 바를 보다 현실적으로 해석해보면 엔비디아보다는 이런 기업들이 향후 더 각광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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