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들 연이은 자체 AI 반도체 생산 계획 발표
핵심 부품 HBM 관심...삼성전자·SK하이닉스 움직임 분주
삼성전자, 메모리 및 파운드리 사업 운영 강점...최고 성능 HBM4 개발 박차
SK하이닉스, 엔비디아에 칩 단독 공급..TSMC와 협업 가능성도 거론돼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제국' 건설 구상이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뉴스퀘스트]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제국' 건설 구상이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제국' 건설 구상이 빠르게 구체화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가 점유율 90% 이상 차지하는 'AI 반도체 칩'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반도체 생산 기업들과의 협업에 적극 나서면서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AI,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에서 벗어나 자체 AI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해 투자처와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AI 반도체 칩 설계(팹리스)와 생산 시설(팹) 구축을 위해 70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705조원)의 10배를 넘는 수준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AI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133조원 투자를 유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는 자체 AI 반도체 칩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MS는 지난해 11월 그래픽처리장치(GPU) 마이아 100, 중앙처리장치(CPU) 코발트 100을 공개했다. 메타도 지난해 5월 공개한 자체 설계 칩 '아르테미스'(가칭)를 자사의 데이터 센터에 탑재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창업자인 젠슨 황 CEO. [엔비디아 제공=뉴스퀘스트]  
엔비디아의 창업자인 젠슨 황 CEO. [엔비디아 제공=뉴스퀘스트]  

빅테크 기업들의 연이은 '탈 엔비디아' 선언은 엔비디아 GPU 칩의 높은 가격과 수요에 비해 턱 없이 모자라는 공급물량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GPU인 'A100'과 'H 100'은 개당 가격이 1000만원을 넘고 주문을 해도 수령까지 최소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조(兆) 단위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의 연산 속도 향상을 위한 핵심 부품인 GPU를 포기할 순 없는 만큼,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자체 칩 생산에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GPU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위해 주요 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협업을 모색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샘 올트먼 CEO의 방한이다. 그는 지난 1월 25일 한국을 방문해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만났다. 

업계에선 샘 올트먼의 방한을 두고 오픈AI가 향후 AI 반도체 칩 생산 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큰손 고객으로 부상할지 주목하고 있다.

◇AI 반도체 칩의 핵심 부품 HBM...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장 양분

글로벌 빅테크의 'AI 제국' 건설에 따른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글로벌 빅테크의 'AI 제국' 건설에 따른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GPU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점유율을 양분하고 있다. 이 둘의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90%가 넘는다. 

HBM은 전자 기기의 데이터를 기억(저장)하는 'D램'을 여러 개 쌓아 처리 속도와 용량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HBM 제작은 일반 D램과 다르게 고객사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다. 이런 이유로 차세대 HBM이 개발될수록 고객사의 추가 기능을 넣을 수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17일 천안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지난해 2월 17일 천안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며 자체 AI 반도체를 구축하려는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반도체 파트너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사업부, 메모리사업부, 최첨단패키지(AVP) 사업팀 등의 반도체(DS) 부문 조직의 역량을 결집해 최고 성능의 HBM4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그룹 제공=뉴스퀘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그룹 제공=뉴스퀘스트]

메모리 반도체만 생산하는 SK하이닉스는 글로벌 GPU 시장 점유율 1위 엔비디아에 HBM3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회사는 지난해 6월에는 HBM4부터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협업 대상으로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인 TSMC가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 점유율 1위인 TSMC와의 협업을 통해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양사의 협업이 확정될 시 HBM4 일부 공정을 TSMC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제국' 건설에 따른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픈AI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반 엔비디아 전선을 구축하고 AI 반도체 칩 자체 생산을 위한 움직임은 삼성전자에 큰 혜택이 될 수 있다"면서도 "SK하이닉스가 TSMC와 협업을 체결할 경우에는 향후 몇년간은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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