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600여명 현장 참석...주주들 "7만전자 납득 어려워"
주요 사업 경쟁력 약화 우려 목소리...임원 사퇴 의견도
경계현 사장, "2~3년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 되찾겠다"
'주주와의 대화 시간' 첫 마련...상정 안건은 모두 통과돼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을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삼성전자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을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 "최근 SK하이닉스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7만원 초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원인이 HBM 사업 경쟁력 때문이라고 보는데, 현재 삼성전자의 HBM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주주들이 회사에 기대하는 건 첫째는 주가 성장이고 둘째가 배당이다. 최고 경영진이라면 최적의 인사이트를 도출해 정확한 타이밍에 맞는 투자가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전 세계에서 작년에 48조원 설비 투자를 하고 적자난 회사가 어디 있습니까. 삼성전자밖에 없습니다. 경쟁사들과의 치킨게임 대신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467만명의 주주를 보유한 삼성전자의 제55회 정기 주주총회(주총)가 20일 열렸다. 이날 주총에서는 반도체 업황 침체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의 주도권 경쟁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와 낮아진 주가와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 경영전략을 상세히 소개하며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를 되찾겠다"고 설명했다.

◇10대 학생부터 40대 회사원, 80대 어르신 주주까지..."실적 개선 방안 궁금해서 왔다"

삼성전자가 20일 제55회 정기 주주총회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했다. 한 주주가 적은 응원 피켓. "벌써 5번째 주주총회 참석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전자가 발전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파이팅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삼성전자가 20일 제55회 정기 주주총회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했다. 한 주주가 적은 응원 피켓. "벌써 5번째 주주총회 참석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전자가 발전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파이팅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이날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총에는 부모님과 함께 참석한 10대 학생부터 백발노인까지 남녀노소 600여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참석자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였으며,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둔 회사에 대한 우려와 다가올 업턴(상승국면)에 관한 기대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5년째 주총에 참석하고 있다는 대학생 이재혁(25)씨는 "삼성전자가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SK하이닉스나 TSMC 등 다른 회사들과의 제품 경쟁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왔다"며 "2020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참여해왔다"고 했다.

수원시 원천동에 거주하고 있는 70대 여성 한정혜씨는 "주식이 9만원대일 때 구매했는데 지금 주가가 많이 떨어져서 수천만원 손해를 본 상태"라며 "삼성전자가 지난해 갤럭시S23 제품을 출시한지 얼마되지 않아 온디바이스 AI폰을 출시했는데 해당 분야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말했다.

한 기업의 IR(기업설명) 업무를 맡고 있다는 40대 남성 이상원씨는 "삼성전자가 2021년도에 한종희 대표이사 직속으로 중국 사업 혁신팀을 신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업 보고서를 보면 매출이 20조원 가량 준 부분에 대해서 과연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부모님과 함께 주총에 참여한 중학생 주주나 20여년째 삼성전자에 투자를 해오는 80대 어르신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들이 삼성전자 응원 메시지에 적은 내용들에는 "10만전자(주가10만원+삼성전자) 가자!", "파운드리, HBM에서도 다시 1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등이 있었다.

◇"모든 디바이스에 자사 AI 적용"..."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되찾겠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이 20일 제55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이 20일 제55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주총에서는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참석해 사업 부문별 경영현황과 향후 전략을 설명하고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또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 경영진 13명도 회의에 참석해 메모리 및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회사 비전을 설명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DX 사업 전략으로 ▲삼성전자의 전 제품에 대한 AI 적용 확대 ▲고객 경험 혁신 ▲개인 정보 보안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스마트폰, 폴더블 등 갤럭시 전 제품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비스포크 AI 콤보를 통해 일반 가전제품을 지능형 홈가전으로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라며 "차세대 스크린 경험을 위해 AI 기반 콘텐츠 추천을 전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DS 사업 전략으로 ▲신제품 통한 HBM 시장 주도권 확보 ▲GAA 3나노 공정을 통한 모바일 AP 제품 양산 ▲2030년까지 기흥 R&D에 20조원 투자 등의 계획을 언급했다.

경 사장은 "올해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지 50년이 되는 해"라며 "본격 회복을 알리는 재도약과 DS의 미래 반세기를 개막해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도 "DS부문은 위기 때마다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도전과 혁신을 통해 성장의 기회로 전환한 역사가 있다. 올해도 어려운 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겠다"며 "기술 리더십을 위한 R&D 투자는 계획대로 추진하고, 설비 투자는 시황 변동성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클린룸 확보 및 미래 대응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경쟁력, M&A 현황 등 질문 쏟아져...임원들에 "사퇴할 생각 없냐"고 묻기도 

20일 삼성전자의 제55회 정기 주주총회가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20일 삼성전자의 제55회 정기 주주총회가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제공=뉴스퀘스트]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에서 처음으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별도로 마련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과 HBM 및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M&A 현황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한 주주는 "메모리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주가가 계속해서 지속 상승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7만원대 초반으로 반등이 더디다"며 "이런 원인이 HBM 사업에서 경쟁력이 지지부진한 것 때문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현금 자산을 많이 보유한 것에 그치지 않고 협력사에 지분 투자를 했다면 더욱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산업 트렌드를 파악했다면 빠르게 결정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종희 부회장은 "작년에 주주분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으로 많은 우려 사항이 있는 것을 안다"며 "올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며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 장기적 관점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

경계현 사장은 지난해 반도체 사업 실적 부진에 대해 "앞으로 좀 더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운턴(하강국면)이라고 투자를 줄이고, 업턴이라고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균등한 투자를 하는 것이 회사 기조"라고 말했다.

또 "근원적 기술 경쟁력이 있어야 전략을 펼칠 때 유리한 점이 많은데 올해 전 제품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서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는 원하게 사업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20일 제55회 정기 주주총회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했다. 주주들이 입장 전 주주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삼성전자가 20일 제55회 정기 주주총회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했다. 주주들이 입장 전 주주 확인을 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파운드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TSMC와의 격차를 묻는 질문에선 최시영 사장이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은 결국 기술이 앞서야 된다"며 "기술 자체의 우수성, 높은 수율, 고객사 수요에 맞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SMC에 비해 삼성전자의 고객사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미래 강소 고객들이 제품 개발시 부족함이 없게 반도체 IP(설계자산), 디자인하우스 부분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 주주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을 언급하며 임원들에게 사퇴 의사를 묻기도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급격한 실적 감소를 겪었고, 이로 인해 전년 대비 주주가 100만명 이상 떠났다"며 "실적 위주의 경영을 강조하신 이병철 회장님이 지금 계셨다면 과연 임원분들이 계속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주총에서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의 안건은 모두 승인됐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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