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 위해 일방적 합의 파기 주장
고려아연, 원료 구매 등 원활한 운영 위해 책임경영 필요

석포 제련소 전경.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영풍 제공=뉴스퀘스트]
석포 제련소 전경.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영풍 제공=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권일구 기자 】 지난 19일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한 바탕 홍역을 치른 고려아연과 영풍이 이번엔 ‘서린상사’ 경영권을 두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린상사의 임시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현재 서린상사는 4(고려아연)대 3(영풍)으로 이사회가 구성돼 있다.

이사회를 열기 위해선 과반이 참석해야 하지만 영풍 측 이사 3인이 불참하고 고려아연의 최창걸 명예회장도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면서 불발됐다.

고려아연은 오는 28일 예정된 서린상사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4명을 신규 선임해 총 8대 3의 구도로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영풍과의 협력관계를 중단할 계획이었으나, 주총 개최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이 최대주주이지만, 경영권은 영풍이 갖고 있는 비철금속 무역업체로 그동안 양사 우호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사내이사 4명을 추가로 투입해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영풍과 갈등을 빚고 있다.

영풍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양사간 합의로 서린상사의 인적분할(회사 분할 시 신설 회사의 주주구성 비율을 기존 회사의 주주 구성 비율과 동일하게 하는 것)을 추진해 왔다.

서린상사를 고려아연이 원료수입 및 제품 판매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와 영풍 담당 회사로 쪼개기로 했는데, 고려아연이 경영권 장악을 위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자신들이 최대주주(66.7%)임에도 영풍측(33.3%)이 경영을 맡아오면서 원료 구매 및 제품 판매 등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최대 비철금속 제련사인 고려아연이 경영을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대해 영풍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기존에도 글로벌 구매시장에서 고려아연이 막강한 바잉파워를 이용, 유리한 조건으로 원재료를 조달해온데다 판가 역시 고려아연에 비해 영풍이 불리하게 책정되고 있다는 게 반대 이유다.

특히 이를 담당하는 서린상사의 경영권마저 넘어갈 경우 시장에서 영풍의 경쟁력은 더욱 저하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 설비 확충으로 영풍대비 정제기술이 뛰어난 고려아연이 자체 정제로 금, 은 등 부산물을 채취하는 것도 영풍에게는 위기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 전문가의 분석이다.

실제로, 영풍은 2020~2023년 최근 3개년 기간 중 연평균 매출성장 5.72% (2023년 전년비 15.1% 감소)에 그친 반면, 고려아연은 동일기준 8.58% 성장했다.

이익측면에서는 영풍이 2023년 매출총이익‧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적자로 전환된 반면, 고려아연은 3개 이익율 5000억원대 이상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등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주주환원율 또한 고려아연은 배당성향 57%(보통주 1주당 1만5000원, 총 3027억원)에 이미 시행한 1000억원 자사주 소각까지 합산할 경우 연결기준 75.5%인 반면, 영풍은 주당 1만원으로 172억원, 1.9%에 그쳤다.

금융권 전문가는 “거대한 합작 파트너로 성장해버린 고려아연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서린상사’의 경영권 확보를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영풍 측에서도 경영상 위기 상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양측의 원만한 동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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