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8년(영조 4) 김천택이 편찬한 시조집 '청구영언'.  [사진=국립한글박물관]
1728년(영조 4) 김천택이 편찬한 시조집 '청구영언'. [사진=국립한글박물관]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김천택의 『청구영언』 만횡청류 116편 중, 현대적 관점에서 보아 상당히 외설적인 시조는 20여수 이상이다. 어떤 내용일까?

그 중에서 대표적인 12수를 골라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이 시조의 화자는 남자다. 이 남자에게 이웃에 사는 한 각시네(여성)의 젖가슴은 몹시 그리운 대상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닿아볼까 고민한다.

그 고민의 결과 자신이 저고리 안쪽 천이 되면, 언제나 그 가슴과 같이 붙어 있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따금 그 각시네가 땀을 흘리면 옷과 살이 붙어 떨어질 줄 모를 것인데.... 하는 내용이다.

여성미를 간직한 젖가슴에 대한 남자의 욕망을 은근슬쩍 비유적으로 표현한 시조이다. 다음 시조는 반대로 여자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는 시조다.

이 시조에서 건삼밭은 삼베를 짜는 삼을 심는 삼밭을 말한다. 시집 못간 여자의 욕망을 달래주기 위한 시조이지만, 요즘 관점에서 보면 여성 비하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머리가 하얗게 된 여자가 젊은 애인을 만가기 위해 허둥지둥 가는데, 휜머리를 먹으로 염색했다. 그런데 가는 도중 소나기가 와서 먹으로 물들인 머리 물이 빠져 저고리 동정을 검게 물들이고 말았다. 그것을 안타깝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이 시조도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여성 욕망을 조롱하는 자세가 보인다.

현대어로 된 풀이를 보면 별로 설명이 필요없는 시조다. ‘어렷두렷’, ‘우벅주벅’, ‘흥글항글’과 같은 부사어가 재미있는 시조다.

이 시조는 염불을 외는 스님의 일탈을 풍자하는 내용이지만, 조선시대 사찰을 근거지로 시주와 불사(佛事)를 담당했던 사당패에 대한 풍자일 수도 있다.

사당패 중 남자 단원은 거사, 여자는 사당이라 했기에 암거사는 사당을 지칭한 용어일 수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색(色)이 공든 탑을 무너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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