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지원 받고 전직원 무급휴직 등 고통 받는데 '도덕적 해이' 심각

지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전직원 무급휴직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실시중인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과 연 120억원에 달하는 상표 계약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이사회에서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금호산업 소유의 상표(금호아시아나 브랜드) 사용 계약을 연장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 통합 기업 이미지(CI) 소유권을 가진 금호산업과 '윙(날개)' 마크 사용에 대한 상표권 계약을 맺고 매년 계약을 갱신해왔고, 이번에도 작년에 맺은 계약이 이달 30일로 종료되자 이를 연장했다.

상표권 사용료는 월별 연결 매출액의 0.2%로 이번에 계약을 맺은 금액은 119억4600만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월 단위로 금호산업에 지급한다.

상표권 사용 계약은 계약기간(5월1일~내년 4월30일) 중 해지 또는 변경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어,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 절차가 완료될 경우 금호산업과의 상표권 사용 계약을 해지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유동성 부족으로 국책은행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수혈받고, 직원들은 고강도의 자구안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와중에 매월 지급되는 상표권 계약을 연장한 것이 알려지면서 대내외의 비난이 빗발치는 상황이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는 "무급휴직 시키고 세이브한 돈을 갖다 퍼주냐", "무급으로 회사 버티는데 쓰인다고 생각했는데…" 등의 불만 글이 올라왔다.

한 직원은 앞서 박삼구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서만 작년에 급여 1억6800만원과 기타 근로소득 11억9200만원, 퇴직금 20억7900만원 등 총 34억3천9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상기시키며 "무급휴직 3개월 해서 박삼구(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퇴직금 주고..."라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직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상표권 사용 연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1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7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산은은 21일 오전 신용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아시아나항공 지원 안건을 의결했다. 수은도 이날 오후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주재로 확대여신위원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지원을 결정했다.

이번 추자자금 지원은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차질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현산 측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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