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인력관리…한 사람이 中 현지법인 사장 네 번이나 '기막힌 케이스'도

현대자동차의 북경현대 공장 전경. 2002년 야심차게 출범해 초창기에는 큰 성공을 거뒀으나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북경현대 공장 전경. 2002년 야심차게 출범해 초창기에는 큰 성공을 거뒀으나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사진=중국지능제조네트워크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 사업에 실패한 한국 기업을 대표적으로 꼽으라면 롯데 외에도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만한 곳도 없다.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2016년 중국 시장에서 114만2000여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가 본격화된 2017년에는 판매 대수가 78만5000여대로 쪼그라들면서 31%나 감소하더니, 사드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내리막을 걷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지난해 3분기까지 총 45만1400여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 2018년 같은 기간 판매대수 56만1000여대보다 11만대나 적은 수치다.

결국 베이징현대 1공장은 가동율 하락으로 지난해 4월 폐쇄하게 된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실패는 굳이 다른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이미 국영 베이징자동차와의 합작 법인인 북경현대의 일부 공장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는 계획을 확정한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최악 상황에 직면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고급차 시장에서는 독일과 일본에 치이고 중저가차 시장은 중국 업체에게 내준 사실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여기에 세단 중심 라인업으로 인한 SUV수요 대응 실패, 제네시스 등을 비롯한 신차의 투입 지연 등 역시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사드 보복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가장 큰 결정적 원인은 중국에 파견된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사실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한마디로 인력 관리가 제대로 됐다면 현대차가 지금처럼 최악의 상황에까지는 직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된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베이징자동차의 임원으로 북경현대의 고위 경영진으로 참여한 바 있는 둥젠쥔(董建軍) 씨의 말이 현실을 잘 말해준다.

"나는 2002년 북경현대 설립 이후 얼마 전 퇴직할 때까지 줄곧 한곳에서만 근무했다. 다른 지방도 간 적이 없다. 하지만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나의 현대측 업무 파트너는 무수하게 바뀌었다. 지금도 상당수는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이다. 업무의 연속성에 있어 제대로 이뤄질 까닭이 없다. 아마도 이것이 현대가 중국에서 초창기의 성공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솔직히 여러번 그래서는 안 된다고 건의했으나 번번이 무시당하기도 했다. 기가 막혔으나 저게 현대차 특유의 인력 관리 시스템 하에서 이뤄지는 정상적인 방법인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현대의 인력 관리는 한국 내에서도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바로 나온다.

지금도 많은 현대차의 관계자들이나 출입기자들의 우스개소리처럼 입에 회자되는 전설적인 기막힌 사례를 하나 거론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지금은 퇴직하고 만년을 여유롭게 보내는 현대 출신의 A씨는 이른바 오너인 C회장의 비서실 출신으로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다소 빠른 승진을 거쳐 과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는 점심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던 중 우연히 C회장과 마주쳤다.

회장은 반갑게 그에게 아는 체를 하면서 물었다.

"자네 지금 어디에서 일하나? 직급은 어떻게 돼?"

A씨는 모시던 회장이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것에 감격해 바로 대답을 했다.

"XX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과장이 됐습니다."

"아니 아직도 과장이야. 안 되겠어. 자네 내일부터 부장 해."

A씨는 깜짝 놀랐다. 몇 시간 후에는 더욱 놀랐다. 오로지 그만을 위한 부장 인사가 난 것이다.

졸지에 동기들보다 10여 년 앞서 부장이 된 그는 감격했으나 주변 동료들은 전부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이런 파격을 넘는 기가 차는 스타일의 인사가 중국에서도 반복돼 급기야 현대를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보면 되지 않나 싶다.

2015년 현대자동차의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 공장 기공식 모습. 이때까지만 해도 현대의 경영 성과는 나름 괜찮았다. [사진=현대자동차/연합뉴스]
2015년 현대자동차의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 공장 기공식 모습. 이때까지만 해도 현대의 경영 성과는 나름 괜찮았다. [사진=현대자동차/연합뉴스]

케이스는 하나 둘이 아니다. 

굳이 부장급 이하에서 이뤄진 인사를 어렵사리 찾아볼 필요도 없다.

최고 경영진 인사만 해도 기가 막힌 케이스는 수두룩했으니까 말이다.

중국에서는 무려 3번이나 사장을 지낸 K모씨의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 아닐까 보인다.

그는 나름 인성도 좋고 업무 능력도 뛰어난 전문경영인으로 유명했다.

주변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실적이 좋지 않으면 바로 보따리를 싸고는 했다.

이어 후임자가 다시 실적이 나쁘면 또다시 교체, 투입되기를 되풀이했다.

이렇게 해서 전설적인 세 번 부임, 네 번 귀임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가 재임 시절 베이징 특파원단과의 식사 자리에서 농담으로 했다는 유명한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귀임을 했을 때였다. 다시는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짐을 간단하게 한 채 중국으로 향했으나 이상하게 이삿짐이 많았다. 그 짐을 한국에서 받아야 하는데 짐이 오는 도중에 다시 중국 주재 발령이 났다. 정말 난처했다."

K 모 사장이 겪은 것과 같은 황당한 케이스는 이외에도 많다.

1년도 안 돼 귀임한 경우, 은퇴했다 다시 복귀한 케이스 역시 부지기수라고 해도 괜찮다.

이러니 아래 직급 직원들의 인사가 어땠는지는 미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일의 연속성이 있을 턱이 없었다. 전문적으로 일을 배울 기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랬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다고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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