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차례 압색 등 증거확보 해놓고 '구속'은 모순...국민 절반이상 '선처' 의견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삼성이 위기다.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

8일 불법 경영승계 의혹으로 2년 4개월 만에 다시 구속의 갈림길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일 낸 호소문이다.

또 한번의 '총수 부재' 위기에 놓인 삼성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견도 '선처' 쪽에 무게가 실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국가경제 위기 속에 국내 최대의 기업 총수를 구속하는 게 무슨 도움이냐는 의견이다.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년4개월 만에 다시 구속 위기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9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굳은 표정으로 마스크를 쓴 채 차에서 내린 이 부회장은 "불법합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없나", "수사 과정에서 하급자들이 보고가 있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전히 부인하나", "3년 만에 영장심사를 다시 받는 심경이 어떤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이 부회장이 포토라인에 선 것은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출석했던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 합병·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 같은 검찰 판단을 정면 반박하며 구속 사유가 없다고 적극 주장하고 있다.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게 이 부회장의 주장이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총수로서 도주할 우려가 없고 주거지가 일정하므로 구속 사유가 없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그룹 위기감 최고조

이 부회장이 이번에 또 구속되면 삼성은 다시 총수 공백 상태를 맞이하게 된다.

이날 삼성 서초동 사옥의 외부는 평온해 보였지만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 한일 갈등 등 대외 경제 악재가 산적한데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각종 사업과 투자 일정 등이 사실상 멈출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삼성은 검찰이 지난 4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최근 사흘 연속(5~7일) 입장문을 내며 경영권 승계가 불법이라는 의혹을 적극 방어하는 총력전을 폈다.

삼성 측은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이후 이틀 만에 이뤄진 검찰의 무리한 구속 집착에 대해 억울해 하는 모습이다.

검찰의 '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수'라는 분위기다. 불구속 수사와 재판은 2000년대 들어 법원이 '공판 중심주의' 하에 견지해오던 원칙으로 이번 검찰의 영장 청구는 '정치색이 짙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검찰이 이미 50여 차례 압수수색과 110여 명에 대해 430여회 소환 조사를 실시했다. 검찰 측 주장대로 범죄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이미 확보돼 있는 상태라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관련 수사가 1년 6개월 이상 이어졌는데, 증거 인멸 우려가 있었다면 지금에 와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검찰이)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오기를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식이라면 이런 제도는 뭐하러 있는 것이냐"며 "피의자는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국민들 절반 이상 '선처' 바란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약 닷새간 이 부회장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선처' 의견 과련 연관어가 60%에 달했다.

연구소는 이 기간 누리꾼들이 자신의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게재한 카페와 블로그,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등 11개 채널의 게시물 총 4783건을 분석했다.

언론 보도는 7114건에 달했지만 국민의 직접적인 여론으로 볼 순 없어 분석에서 제외했다.

연구소는 관심도나 호감도만으로 의견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 연관어 분석기법으로 각 채널 게시물에 언급된 상위 30위 내 연관어 수량 3만4291건을 들여다봤다.

조사 결과 여론과 직접 관련 없는 중립어를 제외하고 '선처' 의견 연관어가 59.05%(7488건), '불관용' 의견 연관어는 40.95%(5192건)로 집계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선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불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약 18%포인트 많은 셈이다.

선처 의견 연관어로는 심의위원회(783건), 경영(772건), 한국(767건), 국민(734건), 우려하다(697건) 등이 많았다.

불관용 의견 연관어는 삼성물산(964건), 의혹(954건), 경영권(942건), 제일모직(856건), 위기(752건) 등이 나왔다.

연구소는 "회사명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키워드는 통상 중립어로 처리하지만 이번 사건에선 합병 의혹의 핵심 키워드여서 불관용 의견에 포함시켰다"고 했다.

위기 연관어의 경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상실 위기를 언급하는 게시물이 많아 불관용 의견으로 분류했다고 덧붙였다.

각 연관어가 포함된 원문 모두가 한쪽 의견이란 뜻은 아니며 전반적 경향성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가령 국민 키워드가 포함된 원문을 보면 이 부회장에 대한 선처 의견도 많지만 불관용 의견도 적지 않은데, 과반수가 선처 쪽이라 이같이 분류했다는 의미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기사에 달린 댓글의 경우 어떤 기사냐에 따라 양상이 달랐다"며 "온라인에 적극 포스팅한 게시물을 정밀 분석해보면 이 부회장이 경영을 계속하길 바라는 의견이 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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