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소여부 초읽기 앞두고 있지만 기업가 정신 잃지 말아야
삼성에 거는 기대만큼 오너에 대한 기대도 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삼성전자 경기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C랩 갤러리'를 찾아 사내 스타트업 '릴루미노'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삼성전자 경기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C랩 갤러리'를 찾아 사내 스타트업 '릴루미노'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놀라운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훌쩍 뛰어넘는 호실적이다.

누가 뭐래도 삼성그룹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역할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만큼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과 오너에 대한 기대도 크다.

그러나 삼성이 지닌 위상과 영향력에도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처지는 늘 불편하다.

대검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는 물론 '수사중단' 권고 결정을 내린 지 열흘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수사심의위의 이런 결정에도 검찰은 여전히 기소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여론도 찬반으로 나뉘어 갑론을박 하는 모양새다.

수사심의위 권고 발표 이후 일부 여권인사와 몇몇 시민단체는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결정이 우리사회의 또 다른 '유전무죄'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일반 여론 또한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다. 

이 부회장이 부당이익을 취한 만큼 이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부회장 없어도 삼성은 잘만 돌아간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수사심의위 제도는 검찰이 자체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한 것이다.

제도를 만들고 그에 따라 결정된 것을 마음에 안 든다고 뒤집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꼴이다.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면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게 맞는 일이다.

만약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기어코 이 부회장을 손보기 위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도 있다.

돈 많다고 봐주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공격하는 행태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한 세상사 이치다.

그렇지만 최근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잘난 사람들이 완장 찼다고 입만 떼면 노래를 부르는 정의는 실망한지 오래다.

법이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면 더 이상 법의 가치는 존재할 수 없다.

지난 2013년 6월 발간된 백오(白烏) 김성옥의 '예언(주역으로 본 대한민국 30년의 운명)'이 한때 시중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책을 최근에 다시 찾아 꺼내 대충 훓어봤다.

대한민국의 국운과 한반도의 운명, 세계 주요국가의 미래 등과 함께 삼성과 LG, 현대차, 현대아산 등 일부 기업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사자성어(四字成語) 형식으로 실려 있다.

그 중 삼성의 이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어 눈에 띄는 두 세 개 대목만 옮겨본다.

우선 기소여부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처지의 이 부회장과 관련된 내용이다.

'식고해의(食蠱害疑)'와 '건후불녕(建候不寧)'.

식고해의는 '밥 그릇의 벌레가 해롭지 않을까 의심한다'는 뜻이라며 저자는 '여러 가지 의혹이 일어남을 말하는 것' 같다고 해석한다.

이어 '내부의 오래된 병폐에 관한 일(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이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의 개입)이거나 혹은 정부나 정치인(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 경영자가 곤혹스런 일을 겪는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건후불녕.

이는 '제후를 세워도 안녕하지 못하다'며 '제후는 그룹의 후계자(이 부회장)를 말하며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처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다행히 저자는 '이성잠태(二星暫殆), 두별이 떨어진 뒤 잠시 위태로운 듯 하다'면서도 '이성은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을 말하는 것으로 두별이 진 뒤에 잠시 그룹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지만 탈은 없다(불구속 혹은 불기소?)는 뜻'이라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비록(祕錄)에 나온다는 '갑오필실(甲午必失)'에 대한 해석에서 '갑오에 반드시 잃는다'고 전제한 뒤 '갑오는 2014년으로 이 해에 삼성의 최고 경영자가 물러나는 일이 있을 것 같다, 아니면 대규모 인사이동이 단행되거나 다른 손실을 의미한다'고 적었다.

갑오년 2014년은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해다.

이 회장은 아직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해 삼성그룹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혹시 독자 제위께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말라고 나무랄 수 도 있다.

그러나 기자가 이같은 참서(讖書)를 믿는다고는 절대 오해마시라.

자세를 바로잡고 정색하며 들여다보기에는 좀 그렇다 치자.

책에 나온 내용들이 과연 현실로 나타날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확인될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3일 차세대 생활가전 전략 점검을 위해 경기 수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3일 차세대 생활가전 전략 점검을 위해 경기 수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마지막으로 저자는 '유상시덕(有尙豕德)', 삼성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위를 소유하고 덕을 베푼다'는 의미로 '덕을 베푼다는 것은 그룹을 덕으로써 원만하게 잘 경영한다는 뜻'이라며 '또한 이것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한다는 의미도 된다, 독보적인 최고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도 돋보이는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가 7일 공시한 잠정실적은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52조원에 영업이익만 8조1000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에 비해 22.73%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15.6%로 2018년 4분기 24.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최근 증권사가 예상한 컨센서스를 비웃듯 크게 상회했다.

이번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다시 한번 삼성의 저력을 확인하는 기회였으며 평가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기업가 정신은 위기 국면에서 빛을 발한다.

할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회장은 '사업보국' 정신을 앞세워 '나라는 강해야한다. 강해지려면 우선 풍족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 일이 있어도 풍족하고 강한 독립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적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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