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정도 경영은 말뿐, 꼼수의 타성 경영 여전해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한 번 몸에 밴 타성을 완전히 떨쳐버리는 것은 정말 어렵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듯이 버릇이 무섭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도경영과는 거리가 멀었던 현대자동차의 중국 법인인 북경현대(이하 현대)가 이 버릇을 떨쳐버렸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아무리 모(母)그룹을 이끄는 신임 CEO의 경영 마인드나 경영 전략이 정도를 걷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꼼수를 쓰는 구태가 여전하다는 것이 현대차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아직 밑바닥까지 확 변하지 않았다고 단언해도 과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인과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느끼는 불변의 진리 같은 분명한 사실 한 가지가 있다.

그게 바로 대금을 주고 받는 것 즉, 결제가 엄청나게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기야 대부분 중국인들이 “네 돈은 내 돈이고 내 돈은 원래 내 돈이다.”, “줄 건 가능한 한 늦게 주거나 안 주고 받을 것은 하루라도 빨리 받는다.”라는 말을 무슨 성경 말씀처럼 늘 외는 것을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나 싶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만큼 현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못된 짓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잘 배운다.”는 말처럼 현장에서는 현대가 이런 갑질 노하우를 확실하게 터득한 듯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연히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인 대금 결제 내지는 아예 ‘이트앤드런(Eat and run. 떼먹고 도망가기)’ 같은 이런 관행 탓에 자금난의 궁지에 몰리는 각종 벤더, 하도급 기업 등의 협력업체들은 속앓이를 하거나 반발할 수밖에 없다.

소문도 나쁘게 난다. 자연스럽게 사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인생이 완전히 망가진 한 협력업체의 케이스 하나만 살펴봐도 현실은 잘 알 수 있다.

한국계 C 업체가 일부 사무 공간의 인테리어 공사를 한 현대 베이징공장 제2공장의 전경. C 업체는 공사 대금 67억 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계 C 업체가 일부 사무 공간의 인테리어 공사를 한 현대 베이징공장 제2공장의 전경. C 업체는 공사 대금 67억 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계 인테리어 기업인 C사는 베이징에서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나름 괜찮은 중소기업으로 통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다진 노하우와 인맥이 있었으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난 2017년 말 현대의 협력업체인 B사와 인테리어 공사 계약 하나를 체결하면서 그동안의 영광을 뒤로 한 채 기나긴 악몽의 터널로 진입하게 된다.

당시 현대 베이징공장 제2공장의 종합 사무동의 실내 건축 공사를 C사가 B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진행한다는 계약 내용은 누가 봐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내용을 현대도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조속한 기간 내의 대금 지불 보증도 구두로는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 사 Y 사장의 주장과 현대 공사 책임자의 고백에 따르면 분명 그랬다.

Y 사장은 신이 나서 일했다. 13만평방미터에 이르는 공사는 2018년 7월에 시작돼 이듬해 10월에 끝날 수 있었다.

북경현대기차유한공사와 B사간에 맺은 공사금액은 총 9735만위안(元) RMB)으로 북경현대기차유한공사는 B사에 8,772만위안을(계약금의 90%, 계약서 기준, 19년 12월) 지불 완료했고 나머지 잔금은 정산 후 지불 예정에 있다.

당연히 Y 사장은 당시 아무리 늦어도 가을쯤에는 계약금과 약간의 중도금을 제외한 3900만 위안( 67억 원)의 공사 대금이 결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순진한 그의 오산이었다.

현대 측에서는 차일피일 미루면서 결제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현대의 공사 책임자를 찾아가 살려달라고 매달렸다.

별로 효과가 없었다. 나중에는 무릎까지 꿇었다.

그러나 현대는 완전 마이동풍이었다.

급기야 “재정은 한국 현대 담당이 아니다. 중국 측 합작사인 베이징자동차 소관이다. 더구나 당신 업체는 B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것 아닌가. 그러니 빠져라. 베이징자동차와 B사가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라면서 아예 공사를 직접 담당한 업체를 무시하는 발언까지 했다.

현대가 중국 대학생들을 지원해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서 매년 실시하는 환경보호 운동의 모습. 협력업체들과의 관계에서는 이런 긍정적인 자세를 별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가 중국 대학생들을 지원해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서 매년 실시하는 환경보호 운동의 모습. 베이징 현대는 협력업체들과의 관계에서 이런 긍정적인 자세를 별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Y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한국으로 귀국했다 중국의 외국인 입국 금지 정책으로 인해 베이징에는 오지도 못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결제는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그와 C 사는 완전 파산 상태에까지 내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Y사장은 일부 한국인을 포함한 중국인 직원들로부터는 사기꾼이라는 모진 말까지 듣고 있다.

그가 매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는 것은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이와 관련, Y사장은 “베이징에서 20년 동안 사업하면서 일궈놓은 모든 것을 잃었다. 가정도 완전히 망가졌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일부 한국인 임원들도 나와 처지가 비슷하다.”면서 피눈물을 흘리듯 심경을 토로했다.

Y 사장은 현재 현대와 B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으로 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그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한국 현대와 베이징자동차, B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에 자신이 당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아예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그러나 그냥 이 상태로 무너지면 더 많은 피해 업체와 근로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또 비슷한 처지의 업체와 업자들을 규합, 현대의 반성을 촉구하는 집회 등을 베이징과 서울에서 가질 계획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케이스만 봐도 현대가 여전한 꼼수의 타성에 젖어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인 것 같다.

이에대해 현대차 측은 "북경현대기차유한공사는 베이징 2공장 신사무동 공사 진행을 위해 성건아태건설과 계약을 맺었고 성건아태건설의 하도급 계약과는 무관하다"며 "업체 선정과 공사 발주는 성건아태건설의 자체 업무"라고 밝혔다.

이어 "하도사의 상세한 계약관계 및 금액 지불 관계는 현대차 본사가 확인할 수 없으며, 북경현대기차유한공사와 C사는 계약 관계가 없기 때문에 북경현대기차유한공사에서 대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경현대기차유한공사에서는 Y사장에게  대금 지불 보증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북경현대는 합자회사로 모든 부분은 한중방 2중 결재를 통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현대차 본사 재정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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