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월세·반전세 물건 늘어…세입자에 보유세 전가 현상 심화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창문에 붙은 매매·전세 가격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창문에 붙은 매매·전세 가격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가뜩이나 품귀현상을 보였던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 물건이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는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반면 월세와 반전세 물건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다주택 보유세 인상 방침에 대해 주택보유자들이 세입자들에게 받은 월세로 세금 증가분을 메우려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지역의 전세 물건은 급격히 사라지고 있으며, 있더라도 기존 보다 대폭 상승한 가격에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세 물건이 급감하면서 서울 전셋값은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7·10 대책 발표 이전까지 54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세입자들은 원하는 가격대에 전세 물건이 없을 경우 어쩔 수 없이 은행이자보다 비싼 월세를 내야 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집없는 서러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 부담을 더 주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마포, 용산, 성동구 등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최근 전세로 아파트를 내놨던 다주택 보유 은퇴자가 월세로 돌리겠다고 전화가 왔다"며 "소득은 없는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크게 올라 걱정이라며 월세를 모아 세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B공인중개사 대표도 "7·10대책 이후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겠다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종부세가 올라 세금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월세로 돌려야겠다고 해서 전세 물건을 반월세로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상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지나치게 월세를 높게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월세전환율 제도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3.5%를 더한 만큼만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이 제시한 기준금리는 0.5%로, 전월세전환율은 4.0%다.

예를 들어 보증금 6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증금을 1억원으로 낮추고 반전세로 돌린다고 했을 때 5억원의 4%인 2000만원의 12분의 1인 166만원을 월세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과태료 규정이 없어 사실상 해당 조항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세입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또한 소송비용 등의 문제로 쉽지만은 않다.

한편, 정부가 21대 국회에서 처리 가능성이 커진 이른바 '임대차 3법'을 법 시행 이전에 계약한 세입자들에게도 소급적용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임대차 3법이란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과도한 임대료 부담으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으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임차인은 계약 갱신을 통해 최소 4년간(2년+2년) 거주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고, 임대료 증액 상한선이 5%로 제한된다.

다만 정부의 소급적용 방침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를 반대하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소급적용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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